[르포] "1주일째 타설 못 해"…레미콘 공급 차질에 건설현장 '발동동'

이우성 2022. 11. 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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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타설 '스톱'…"며칠 더 계속되면 공사 큰 차질"
시멘트 공급안돼 전국 레미콘 공장 상당수 가동 중단…"파업 끝나기만을"

(성남·평택=연합뉴스) 이우성 최해민 기자 = "레미콘 타설 공정은 작업을 못 하는 기간만큼 공기 지연이 불가피해요. 타설이 일주일째 못하고 있는데 현장에선 방법이 없죠."

레미콘 타설 중단된 경기 성남시 한 재개발구역 건설현장 [촬영 이우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시의 한 재개발구역 아파트 건설 현장.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레미콘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이 현장의 콘크리트 타설은 지난 25일부터 '올 스톱'된 상태다.

평소 공사 현장을 쉴 새 없이 드나들던 레미콘 차량 120대는 이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 건설현장에서는 4개 블록에 20층이 넘는 아파트 30여개 동(4천700여 가구)을 짓고 있다.

시공을 맡은 A건설 건축담당자는 "평소라면 레미콘 타설이 필요한 방바닥 마감(3개 블록)과 골조(1개 블록) 공사를 진행했을 텐데 보다시피 앞서 진행하는 철근 작업만 해놓고 타설은 못 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1개 블록 현장은 2개 동만 골조 공사가 끝났지만, 나머지 11개 동은 동마다 전체 층의 절반인 약 10∼15층까지만 골조가 올라간 상황이다.

다른 3개 블록 현장은 각 동의 골조는 다 올라갔지만 이후 연계되는 방바닥 마감 공정이 동별로 중간층 정도에서 멈춰서 화물연대 파업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실제로 골조 공사와 방바닥 미장을 마친 각 동 지상층에서 내부마감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에 앞서 철근 골격을 갖추는 배근 작업까지 끝마쳤지만, 타설을 못 해 철근 구조물만 앙상한 모습을 드러낸 상태였다.

A사 건축담당자는 "이들 공정을 위해 하루평균 타설하는 레미콘 양이 720㎥(레미콘 트럭 1대당 6㎥)가량 되는데 25일부터 타설이 중단되면서 이 작업을 하던 2개 조 총 24∼25명의 근무자가 일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레미콘 타설 전 철근작업을 마친 모습(왼쪽)과 타설 후 바닥마감이 끝난 모습 [촬영 이우성]

건설 규모가 큰 이 현장은 아직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고 있는데 며칠 더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공기에 큰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사와 거래하고 있는 경기 남부 지역 4∼5개 레미콘 공장은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LH 경기지역본부 관계자는 "경기남부 15개 지자체 건설 현장을 상대로 일일 자재 수급 현황을 파악하면서 파업 여파를 주시하고 있다"며 "다른 현장은 미리 확보한 자재를 활용해 공사 차질이 적은데 성남 재개발구역 A건설 현장은 건설 규모가 커 타설 진행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지역도 아파트 건설 현장 30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레미콘 수급 차질로 공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당 건설사들은 타설 작업은 미뤄놓고 다른 공정으로 대체해 작업하고 있으나 파업이 장기화하면 현장이 올스톱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올해 1월부터 800여 세대 아파트를 짓는 B건설 관계자는 "한주에 4∼5번 정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번 주부터 레미콘이 아예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철근 작업과 목수일 등의 작업을 하고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이 작업 근로자들도 더 할 수 있는 작업이 없어 정상적인 공사를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용인에서 2천여 세대 아파트를 짓는 C건설 관계자는 "이틀 전부터 레미콘 반입이 안 돼 골조 공사에 차질이 있지만, 계약 물량이 있는 철근은 수급이 이뤄져 공사는 진행 중"이라며 "파업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레미콘 공장이 시멘트 공급 중단으로 28일부터 가동을 멈추면서 건설 현장 곳곳에서 공사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멈춰 서있는 시멘트 운송 차량 (의왕=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의 한 시멘트 업체에 시멘트 운송 차량(벌크 시멘트 트레일러ㆍBCT)이 멈춰 서있다. 2022.11.29 xanadu@yna.co.kr

강원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 강원도 내 132개 레미콘 공장 중 109개 공장이 멈춰 82.6% 중단율을 보였다.

김배기 대전세종충청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생산 공정에 필요한 시멘트 물량이 평상시의 20∼30% 수준으로만 들어오고 있다"며 "충남에만 100개가 넘는 레미콘 회사가 있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아파트 건설공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올 스톱됐다"며 "이대로라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려워 다들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해 29일 업무개시명령 발동했지만 화물연대 조합원은 응하지 않고 파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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