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SI칼럼] '누이 좋고 매부 좋고'…'스포츠 ESG' 훈풍

유정우 칼럼니스트 2022. 11. 3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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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산업 칼럼
가치·실리 '두 토끼' 잡는 스포츠 ESG…침체된 스포츠산업계 '마중물' 되나
대전하나시티즌이 2022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1 승격을 달성했다.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제공.

"K리그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명문 프로축구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29일 김천종합운동장을 찾은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스포츠산업 발전을 위한 ESG 실천으로 모든 축구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겠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22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천 상무에 2-1로 승리한 대전하나시티즌은 이 날 1·2차전 합계 6-1을 기록하며 K리그1 승격의 꿈을 이뤘다. 하나금융그룹이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지 2년 만의 일로 스포츠 ESG가 지역사회 화합을 이끈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기업의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프로스포츠는 물론이고 비인기 종목에 이르기까지 재계의 지원과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를 접목한 ESG 경영이 단순한 후원을 넘어 사회 통합과 비인기 종목 활성화 등을 통한 스포츠산업계 전반의 새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사회 화합에 기여...'착한 기업' 이미지는 덤

하나금융은 지난 2020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공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지속가능 부문에 총 60조원 규모의 ESG 금융 조달과 공급이 목표다. 대전하나시티즌은 대전시민축구단인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2020년 1월 창단했다. 지역사회의 협업을 통해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선다는 취지였다.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신조어다.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해 기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잣대로 활용된다. 스포츠의 공공성과 사회 통합성 등이 브랜드에 전이돼 '착한 기업' 이미지가 마케팅에 지렛대 역할을 한다. 최근 스포츠 부문 ESG 경영 활동이 증가세인 이유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에 대한 기업의 ESG 실천도 반가운 일이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들의 경우 협소한 자체 예산과 정부 지원금 만으로 자생이 어렵기 때문에 유소년 및 생활체육 저변 확대는 고사하고 국가대표팀 운영과 국제 무대 활약 등도 제약이 클 수 밖에 없다.

LG그룹은 아이스하키의 '키다리 아저씨'로 통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열악한 환경에 놓인 국가대표팀 후원을 통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국제 무대에서의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LG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4년간 남녀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지원한다.

소외 계층에 대한 ESG도 눈길을 끈다. LIG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장애인축구 지원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중이다. LIG넥스원 등의 후원으로 열리는 전국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는 장애우에 대한 인식개선과 스포츠를 통한 장애우 복지 증진 등에 크게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LIG 2022 울산전국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 개막식 전경. 사진=LIG넥스원 제공

올해로 개최 15주년을 맞은 '2022 울산 전국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는 전국 26개팀 선수단 및 관계자 등 1000여명 참가했다. 국내 장애우 스포츠 단일 종목 최대 규모다. 대한장애인축구협회 설립 당시부터 큰 애정을 가져온 구본상 LIG 회장이 매년 해당 대회를 직접 챙긴다는 후문이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한국체육학회장)는 "프로스포츠와 더불어 비대중화 종목에 대한 기업들의 ESG 경영 실천이 주목 받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스포츠 ESG 경영이 스포츠 강국이자 산업 강국인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업가치·실리… 두 토끼 잡는 '스포츠 ESG'

한국프로야구 SSG랜더스는 수년 새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장 많은 신규 팬을 확보한 프로구단으로 꼽힌다. SSG랜더스의 친환경 ESG 경영 방침과 독창적인 마케팅 활동 등이 3-40대 기존 팬은 물론이고 '선한 영향력'을 쫓는 10~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강력한 동질감을 이끌어 낸 결과다.

동력은 친환경에서 나온다. SSG랜더스는 인천시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활성화 사업을 추진중이다. 버려지는 종이 티켓을 재활용하는 캠페인부터 수거된 폐페트병을 친환경 섬유로 만들어 유니폼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 발굴에 힘쓰고 있다. ESG 경영을 통한 민관의 자연스런 동맹인 셈이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 등 유럽의 선진 구단들도 일찌감치 ESG 경영에 동참중이다. 경기장 조명에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등 친환경 활동에 적극적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우리 시와 SSG랜더스가 앞장서 선도적 ESG 경영 민관협력의 표본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스포츠 ESG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는 건 소비자가 원하는 공동의 가치를 높여주는 소통 활동이 기업 이미지는 물론 실적 개선에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타 선수와 유명 팀을 후원하고 광고판에 상표를 노출시켜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 방식은 옛말이다.

비재무적 평가에 대한 가치 상승 효과도 스포츠 ESG 참여 확대를 견인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KRX)가 지난해부터 운영중인 'ESG 포털'은 국내 상장 기업의 ESG 활동과 실적 등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공정보 사이트다. 투자기관 및 투자자에게 비재무적인 기업 평가에 대한 실적 정보를 제공한다.

해당 플렛폼은 투자자들이 다양한 기업의 등급 및 정보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미국의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를 비롯해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5곳에 게재되는 국내 기업의 ESG 경영 활동 정보를 제공한다.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들의 ESG 경영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운영중인 'ESG포털' 기업 ESG 실적 검색 예시. 사진=ESG포털 갈무리

한국거래소 정책 담당자는 "ESG 평가등급과 함께 투자 판단에 활용할 수 있는 ESG 관련 기업별 뉴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들의 ESG 정보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모범사례가 투자자 및 기관의 기업 가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시적소' 선순환 구조 마련은 과제

국내 산업 특성상 자동차와 철강, 건설 등 전통 산업과 금융, IT 등을 중심으로 스포츠를 활용한 ESG 경영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가 지닌 공공성과 대중성, 사회통합 등 고유 가치를 감안할 때 환경과 더불어 스포츠 부문이 '한국형 ESG'의 핵심으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의 참여 확대에 걸맞는 스포츠산업계의 선순환 구조 마련은 풀어야 할 과제다.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규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반 토막'난 상황에서 기업들의 참여와 그로 인한 마중물 등이 적시적소에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스포츠산업 시장규모가 80조원에서 약 50조원대로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며 "정부도 스포츠 ESG를 포함해 어려운 대내외 시장환경에서 국내 스포츠산업 회복의 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녹록치 만은 않다. 문체부가 발간한 '2020 스포츠산업 백서'를 보면 2020년 스포츠산업 사업체 수는 전년 대비 약 7700개(7.4%)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 3년새 최고치와 비교하면 -20%에 육박하는 결과다. 종사자 수 또한 전년 대비 -16.3%로 약 7만3000여명이 스포츠산업계를 떠났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변화의 물결도 스포츠산업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해 전통 시장과 디지털 시장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제조, 유통, 서비스를 3축으로 한 스포츠산업 생태계 자체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그만큼 기업들의 스포츠 ESG 참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미국의 50개 주정부 중 절반 이상인 28개 주가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을 위한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며 "고사 위기를 호소하는 스포츠산업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 마련과 함께 기업들의 스포츠 ESG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매칭 프로그램 등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 남서울대학교 겸임교수
-전 한국경제신문 레저산업부 · 문화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편집국장 · 대표이사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 한국관광서비스평가협회 이사

 

스포츠한국 유정우 칼럼니스트 kedsport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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