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도 정밀계측으로 산사태 예측…지자체 잇단 도입

급경사지 관련 시행령 개정 후 관심…문경·상주 18곳에 설치

(대구=연합뉴스) 이재혁 기자 = 대구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산사태 예측·경보·모니터링 시스템이 현장 적용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30일 영남이공대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융합기술에 따르면 최근 경북 상주 지역 급경사지 9곳에 다채널 센서를 활용한 급경사지 사고 예측·경보 및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 설치를 완료했다.

이 시스템은 급경사지 1개 지점에 3개씩 설치한 센서가 기울기 변화를 감지해 위급상황 발생 시 현장방송과 진입로 LED 전광판으로 붕괴 위험을 알리며 '진입 금지'를 안내한다.

현장 건너편에 설치한 CCTV는 상황실에서 현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대응할 수 있도록 영상을 전송한다.

산림청 주민 대피 권고 기준은 관심·주의·경계·위험 4단계로 나뉘는데 관심 단계 기울기 변화(0.05도)까지 정밀 계측하는 게 이 회사 기술의 핵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0.05도 기울기 계측은 수입 센서 제품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정밀한 것이다"며 "급경사면 기울기와 온도·습도 계측과 사고 예측·모니터링 기술을 실증한 것은 우리 제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 급경사지가 햇볕과 비에 노출된 열악한 환경이어서 센서 작동에 한계가 있는데 습도·온도·전압을 보상하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경시는 지난해 한 곳에 이 시스템을 시범 설치한 데 이어 올해 8개 지점에 장비를 추가 설치 중으로 다음 달 구축 작업을 완료한다.

급경사지 계측 데이터는 지자체 서버 외에 현재 구축 중인 행정안전부 통합관제 서버에도 동시에 전송된다.

지난해 개정된 '급경사지 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지방자치단체 및 기관이 안전 점검, 재해위험도 평가, 상시계측관리 등 업무를 추진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옹벽을 세우거나 철책 그물망을 설치하더라도 흙이 조금씩 쓸려나가면서 무너지는 사례에 골머리를 앓는 지자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융합기술 정연식 대표는 말했다.

정 대표는 "조달청 혁신조달품 등록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시장 확대를 예상한다"며 "급경사지뿐 아니라 낙석지역, 산불, 계곡, 해안 등 모든 자연재해 예측·예방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yi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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