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디어 시청 시간 줄일 수 없을까? 오디오 콘텐츠로 상상력 확대[스테파니]

김하경 기자 입력 2022. 11. 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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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스크린타임(가만히 앉아 미디어를 시청하는 시간)’을 일부 대체할 수는 없을까.’

키즈 오디오테크 스타트업 ‘코코지’ 박지희 대표(44)는 국내 한 스타트업을 퇴사한 뒤 생각에 잠겼다. 국내외 대기업 3곳, 공동창업, 스타트업 2곳 등을 거치며 쉴 새 없이 일해 왔던 그는 ‘누군가 창업한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것’에 대해 상실감을 느끼고 공백기를 갖고 있었다.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던 박 대표의 머리에 문득 육아경험이 스쳤다. 아이는 어느덧 엄마 손을 덜 필요로 하는 중학생이 됐지만 유치원 시절만 생각하면 마음 한 편에 자리한 죄책감이 떠올랐다. 맞벌이 부부다보니 아이가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을 제어할하기 어려웠던 것.

아이가 스크린타임에 많이 노출되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걱정도 됐지만 워킹맘이었던 그가 아이 곁에서 밀착 관리하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만약 내가 육아에 좀 더 집중해 아이가 영상물을 적게 봤다면 아이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더 많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박지희 코코지 대표가 이 회사의 제품인 영유아 교육용 오디오 플레이어 ‘코코지 하우스’와 캐릭터 ‘아띠’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워킹맘의 죄책감, 키즈 오디오콘텐츠 관심으로

워킹맘으로서 가졌던 아쉬움과 죄책감은 우연히 접하게 된 키즈 오디오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할머니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잠이 들었던 박 대표의 어렸을 적 추억도 떠올랐다. 오디오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연구결과물들을 찾아보니 청각 콘텐츠의 순기능이 많았다. 청각 자극이 언어 발달은 물론 상상력과 학습 능력 증진 등 두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태아의 오감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감각이 청각이기 때문에 엄마들이 태교를 하는 것”이라며 “아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들을 준비가 되어있는데, 그런 측면은 무시된 채 시각적으로만 노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창업을 염두에 두고 키즈 오디오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마침 관련 시장이 유럽과 미국에서는 급부상하고 있었다. 반면 아시아에는 이렇다할 시장이 없다는 사실에도 눈길이 갔다. 공백기 동안 부업으로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면서도 키즈 오디오테크에 꽂혀 있는 자신의 모습을 자각한 박 대표는 창업이 그의 운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2020년 11월 코코지를 설립했다. ●코코지 창업, 앞선 경험의 집약체

코코지 창업은 박 대표의 두 번째 창업이다. 첫 창업은 ‘요기요’로, 그는 공동창업자였다. 하지만 요기요에 몸담은 지 5년이 됐을 무렵 그는 잘 해도, 못해도 좋은 결과가 나오자 ‘임팩트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퇴사를 했다. 이후 ‘렌딧’ ‘스타일쉐어’ 등의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분야 임원을 역임했지만 자신이 기업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이미 설립된 회사에 합류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듭된 퇴사에 방황한 듯 보이지만, 박 대표는 앞선 스타트업의 경험을 ‘창업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계기’로 꼽았다. 두 회사의 창업자들과 일하면서 자신의 첫 번째 창업을 돌아보게 됐던 것이다.

박 대표는 “창업자들을 보면서 과거 요기요를 창업했을 때 사회 가치를 실현하고 누군가를 돕는 것에 대한 가치에 얼마나 꽂혀있었는지, 얼마나 깊은 의지와 근성을 갖고 회사를 경영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말했다.

워킹맘과 창업,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이 코코지 창업의 계기가 됐다면, 박 대표가 30대 중반까지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험은 제품을 출시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과정에 도움이 됐다. 박 대표는 요기요 창업 전 대림산업 석유화학사업부, 영국 화학회사 빅트랙스, 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 등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앞선 두 회사에서 플라스틱 사출, 반도체에 들어가는 폴리머소재 등에 대해 공부했던 경험이 있다보니 코코지 창업 후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를 만들 때 제조 과정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인터컨티넨탈 호텔그룹에서는 B2C 산업에서의 경험을 쌓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다양한 경영프레임,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도 익혔다.

박 대표는 “워킹맘들이 자아성취감을 느끼면서도 늘 아이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며 “내 자신이기도 한 ‘길티 워킹맘’들이 좀 더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코코지를 통해 다양한 세상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코코지가 집 모양인 이유: 아이가 블록을 쌓을 때 가장 먼저 만드는 모양이 집. 그만큼 아이에게 친근한 존재.

#오디오 콘텐츠가 아닌, 디바이스를 만든 이유: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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