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팔아 돈 벌면 욕 먹는 시대"…S-Oil이 사는 법 [안재광의 대기만성's]

안재광 입력 2022. 11. 30. 13:44 수정 2022. 11. 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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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9조원 투자 선물
S-Oil, 울산에 대규모 화학 복합단지 짓기로
정유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 불식시키고
ESG와 석유 수요 감소 트렌드에 대응 목적

▶안재광 기자

에쓰오일은 기름 팔아 돈을 벌죠.
올 들어 9월까지 매출 31조원,
영업이익이 3조5000억원의
실적을 거뒀어요.
연간으로 하면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4조원 가량으로 추산 됩니다.
작년에 2조원 이익 낸 게 사상 최대인데,
이건 사상 최대의 두 배나 됩니다.


이렇게 기름 잘 파는 회사가
그런데, 화학 사업을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최근 발표를 합니다.
울산에 9조원 넘게 들여서
석유화학 설비를 짓는다는 데요.
국내 석유화학 단일 프로젝트 로는
가장 크다고 합니다.
근데, 정유 회사가 화학을 왜?
이번 주제는 기름 팔아 돈 벌면
죄가 되는 시대에
에쓰오일이 사는법 입니다.


에쓰오일의 모기업은
지분 63%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입니다.
아람코 들어보셨죠?
미국의 애플과 견줄 만한
세계 최강 기업.


올 들어 9월까지
순이익이 무려 1303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73조원에
달했습니다.
매출이 아니라 순이익 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같은 기간 31조원이었요.
아람코가 6배나 더 많죠.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약 2조달러.
2600조원에 달합니다.
한국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다 합한 게
약 1900조원인데, 이보다 더 많습니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처럼
전 세계에 자회사, 손자회사를
많이 두고 있습니다.
에쓰오일이 2,3조원 벌어도
아람코 전체로 보면  그냥 푼돈일 뿐이죠.
에쓰오일이 한국 증시에선
배당을 많이 줘서 대표적인
고 배당주로 분류가 되는데,
모기업 아람코가 이 돈을 회수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에쓰오일이 그런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온 11월 17일에 맞춰서
엄청나게 큰 투자 계획을 밝힙니다.
빈 살만 사진도 크게 건물에 걸었던데.


어쨌든, 프로젝트 이름이 샤힌.
아랍어로 매란 뜻인데요.
투자 규모가 70억달러,
약 9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울산에 초대형 석유화학 복합 단지를
짓기로 했습니다.


돈 엄청 벌고 있으니까 뭐 그런가보다
할 수도 있는데요.
이게 잘 들여다 보면,
시사하는 바가 꽤 있어요.


석유화학이 뭐냐면,
말 그대로 석유를 원료로
화학 제품을 만들어 내는 산업이죠.
에쓰오일은 아람코가 사우디에서
채굴한 석유를 한국으로 들여 와서
이걸 엄청 고온으로 끓여서, 정제라고 하죠.
휘발유, 경유, 등유 같은
기름을 뽑아 내서 파는데요.
이 과정 중에 나프타란 것도 생산을 합니다.


나프타는 휘발유와 성분이 비슷한데요.
기름 중에서도 고급으로 분류 됩니다.
이걸 LG화학, 롯데케미칼 같은
석유화학 회사에 팔아요.
화학 회사들은 나프타를 받아서
플라스틱, 섬유, 고무
같은 곳에 쓰이는 재료를 만들죠.
예컨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겁니다.
또 이걸 한번 더 가공해서
합성수지, 합성고무
형태로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에쓰오일은 지금
자기들 고객사인 LG화학, 롯데케미칼의
영역에 들어가겠다고 한 겁니다.
영토를 침범한 것이죠. 왜 그랬을까요.
당연히 이유가, 그것도 상당한 이유가 있겠죠.


먼저, 기름 팔아 돈 많이 버는 게
찜찜한 시대가 됐습니다.
미국에선 엑손 모빌, 셰브론 같은
정유 회사들이 돈을 잘 버니까
조 바이든 대통령이
횡재세를 내라고 압박을 하고 있어요.
기름값 올라서 사람들은 고통 받고 있는데,
정유사가 횡재 하는 꼴은 못 보겠다.
이런 건데요. 중간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다분히 유권자를 의식한 것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본주의의 끝판왕인
미국에서, 그것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기업들 입장에선 큰 부담일 겁니다.


실제로 유럽에선 횡제세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이 됐거나
시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은 국회에서 횡재세 관련 법을 만들자
일부 의원들이 이렇게 주장을 하고 있지만,
미국과 비슷하게 아직 논의만 무성할 뿐입니다.
어쨌든 정유사가 이익 내면 욕을 먹는 시대가 됐습니다.


사실 정유사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는 게,
기름값이 오르면 돈을 왕창 벌기는 하지만
내릴 땐 적자도 엄청 나거든요.
근데 적자 날 땐 정부가 손실을 메워주지 않죠.
에쓰오일의 경우 2020년에
코로나가 터지자 유가가 폭락해서
1조원 넘는 적자를 내기도 했습니다.
흑자 날 때 곳간에 돈 쌓아서,
적자 날 때 이 돈으로 버티는 게 정유 사업인데요.
이 곳간을 털어서 세금 내라고 하니
사업을 뭐하러 하나.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에쓰오일이 화학 사업을 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요.
기름이 점점 안 팔릴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당장 도로에 나가 보면
요즘 전기차들이 엄청 보여요.
이 전기차들이 원래 다 휘발유, 경유로
달렸던 차들인데요,
올 상반기에 국내에 신규 등록된 자동차 중에
전기차 비중은 8.4%에 달했고,
하이브리드, 수소차 까지 합하면
그 비중이 25.8%에 이릅니다.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분야에선
석유, 석탄 등 화력발전 비중이
2011년 46%에서 2021년 35% 까지 떨어 졌습니다.
화력발전소 요즘 점점 없애는 게 추세 잖아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에너지가 부족해지자,
급한 대로 화력발전소를 돌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 보여요.


기름, 특히 차에 넣는 휘발유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 같은데.
정유사 입장에선 휘발유와 비슷하면서
석유화학 회사들 수요가 꾸준히 있는
나프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겠죠.
나프타는 원래 만들던 거니까요.
근데 이렇게 보니까,
나프타를 그냥 파는 것보다
이걸 한번 더 가공해서 석유화학 원료로
팔면 돈이 더 되거든요.
이참에 석유화학 사업도 크게 해보자.
에쓰오일이 이렇게 판단을 한겁니다.


또, 하나는.
요즘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사업 하면
돈을 조달할 수가 없습니다.
기업이 자기 돈만 갖고 사업 할 순 없잖아요.
특히 정유 화학 사업은 사이즈가 커서
투자규모가 수 천억, 수 조원에 달합니다.
에쓰오일만 해도 올 9월말 기준
단기 차입금이 3조3000억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회사에 돈 빌려주는 금융사가
요즘 ESG를 강조해서 정유사들이 골치가 아픕니다.
ESG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것인데요.
그 중에서도 환경. E가 제일 강조가 되거든요.
글로벌 펀드들은 특히 환경을 훼손한다.
그러면 투자도 안 하고, 돈도 안 빌려 줍니다.


진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얼마 전에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산다는 곳이 없었습니다.
삼척블루파워는 대기업인 포스코 계열이고
신용등급이 높아서 꽤 우량했는데
사업이 석탄을 태워서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라
기관들이 환경 오염 사업에 참여 못하겠다
이렇게 보이콧을 선업했어요.
불과 2년 전에만 해도 없어서 못 팔던 채권인데.


이런 상황에서 금융 회사들이
정유 공장 짓는다면 돈 빌려 줄까요.
대신 화학 사업 하겠다.
이건 빌려도 주고 투자도 합니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만 해도
전체 투자비 9조3000억원 가운데
1조8000억원은 빌려서 조달할 예정이에요.
횡재세, 전기차 보급, ESG 같은 트렌드는
사실 에쓰오일 만의 문제는 아니고,
정유사들 모두가 고민하는 것인데요.
그래서 다들 어떻게 대응하고 하고 있냐면.
일단 정유 사업에서 조금씩
발을 빼고 있습니다.


국내 정유업계 1위 SK가 대표적이죠.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차원에서
ESG를 추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환경 파괴 사업을 계속 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사업 방향을 자동차 배터리로 틀었습니다.
해외에서 개발하고 있었던 원유 광구를 팔고,
주유소 사업도 하나둘 정리 하는 중이에요.


하지만 에쓰오일은 이렇게는 못하죠.
모기업이 사우디 아람코인데.
석유를 어떻게 해서든 활용해야 할겁니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에쓰오일 방식을 따르고 있죠.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는 하지만
어쨌든 석유화학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정하고
신규 투자를 주로 이 분야에서 합니다.
문제는 정유사들이 이렇게
자기들 거래처인 화학 회사 밥그릇을 노리니까,
화학 제품 공급량이 넘쳐나서
화학 회사들도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데
더 힘들어 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화학 업계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의 스프레드, 쉽게 말해 마진이
최근 12개월 간 59%나 급락 했습니다.


수요는 뻔한데 공급은 엄청 많이져서 그렇죠.
에틸렌 처럼 기초소재인 프로필렌도
마진이 44%나 빠졌어요.
이 탓에 국내 최대 에텔렌 생산 기업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4200억원에 달했습니다.
에틸렌, 프로필렌을 주로 생산하는
여천NCC도 같은 기간 약 16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냈습니다.


그런데 에쓰오일이 사상 최대 규모로
화학 설비를 울산에 또 짓는다고 하니까
화학 회사들이 좋을 수가 없죠.
이거 반칙 아니냐 따질 수도 없고. 
그래서 화학 회사들은 또 어떻게 하냐면.
정유사들이 하려는 석유화학 중에서도
에틸렌 프로필렌 이런 기초소재 분야는
잘 안하려고 합니다.


기초소재를 응용해서 스페셜티라고
하는데 특수한 제품군,
예를 들면 라텍스 장갑 원료나
가전제품 외장재로 쓰이는 ABS
화장품 원료 등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중이에요.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회사가 손을 안 댔던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재 소재
이런 사업을 앞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에쓰오일이 좋은 기름 만들고는 있는데,
그 기름을 앞으로 주유소에서 점점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기름의 형태는 사라지지만,
플라스틱이나 섬유, 고무 같은
우리 실생활에서 많이 쓰는 소재의 형태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서
화학 매출 비중을 지금의 12%에서
25%까지 끌어 올릴 계획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에쓰오일의 이익을
자국으로 다 가져가지 않고
한국에 크게 투자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선 매우 바람직 일인데요.
그 투자가 결실을 맺어서
주가가 오르고,
주주들 배당도 늘리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면 좋겠습니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을 많이 끼워주면 좋겠네요.


화학으로 사업 영역 확장 중인 에쓰오일,
어떻게 바뀔 지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김윤화 PD
촬영 박지혜·김윤화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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