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라니 뛰노는 대모산 헌릉 인릉 [단칼에 끝내는 서울 산책기]
[이상헌 기자]
양재천과 탄천이 한강으로 합류하는 지역에 위치한 대모(大母)산은 강남구의 약 1/3을 차지하는 녹지 공간이다. 해발 300미터가 채 안 되는 동네 뒷산이지만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큰 어머니'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곳이다. 평지에 솟아 있어 서울 시내를 웬만큼은 굽어볼 수 있는데 위쪽으로 북한산이 시야에 들어오며 서쪽으로는 고양시, 동편으로 하남시를 살펴볼 수 있다.
▲ 대모산 산책 코스. 대모산을 거쳐 서울헌릉과인릉으로 가는 루트. |
ⓒ 이상헌 |
산책의 시작은 3호선 일원역 5번 출구로 나와 대모산도시자연공원으로 진입하면 된다. 산자락을 따라 아기자기한 공원을 조성해 놓았기에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지자체가 마련해 놓은 야생화원과 유아숲체험원, 체력단련장 등의 주민친화시설이 있으므로 꼭 등산이 아니더라도 기분전환 삼아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 불국사. 진정국사 천책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대모산 불국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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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태고종 관문사의 자료에 따르면 진정국사가 태어난 해가 1206년이므로 시대가 맞지 않는다. 오랜 내용이므로 후대 사람에 의해 덧붙여지고 각색된 것으로 보인다. 민족의 비극, 한국전쟁으로 사찰이 불타 없어지고 약사불상만 남았었으나 1964년 관악산 삼막사 주지를 지낸 권영선과 김영길에 의해 중창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 잠실 풍경. 대모산에서 바라본 송파구와 강남구 경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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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를 나와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잠시 걷다보면 개포동과 잠실 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대모산 정상 보다는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더욱 좋다. 여기서 꼭대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으므로 몇 군데 있는 벤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경치를 감상해보자.
전제 왕권을 확립한 태종 이방원
산등성이를 오르면서 송파구와 강남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므로 한강 물줄기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넘어 구리시까지 조망할 수 있다. 산마루에 오르면 서쪽으로는 구룡산으로 이어지고 동편으로는 수서 방향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이 중간 지점의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면 서울 헌릉과 인릉이 자리하고 있다.
▲ 헌릉. 조선의 3대 임금 태종 이방원과 원경왕후 민씨의 묘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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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개창되기 1년 전에 사망한 신의(神懿)왕후 한씨는 태조 이성계와의 사이에서 6남 2녀의 후사를 보았다. 차남인 방과(芳果)가 2대 임금인 정종이고 다섯째 아들인 방원(芳遠)이 태종이다.
정안대군 이방원과 정도전은 조선 건국의 1등 공신이었다. 방원은 16세에 문과에 급제할 정도로 명석했을 뿐 아니라 무인으로서의 자질도 출중했으며, 정도전은 이성계의 장자방으로서 조선 개국의 기틀을 마련한다. 나라의 운세가 기울어가던 고려 말, 역성혁명에 반대하던 정몽주는 이성계와 정도전 일파를 제거하려다가 방원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 고라니가 뛰어노니는 대모산 헌릉인릉 산책기 ⓒ 이상헌 |
방원은 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켜 정도전과 남은 등을 죽이고 이복 동생이자 세자인 방석과 방번(芳蕃)마저 살해한다. 이후 2대 임금으로 정종이 추대되고 자신은 세자에 책봉되어 만천하에 자신이 후계자임을 공고히 한다.
▲ 인릉. 조선의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의 합장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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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아이러니는 강력한 군주와 힘 없는 임금이 이웃하게 만들었다. 전자가 헌릉이고 후자가 23대 임금 순조와 순원왕후가 안장된 인릉이다. 조선의 중흥을 이끈 영·정조 시대가 막을 내리고 국운은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11살의 어린 나이에 임금에 오른 순조를 대신하여 정순왕후(할아버지 영조의 두 번째 왕비)가 수렴청정을 하였고 이후로는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부정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흉년이 이어지면서 홍수가 덮치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데다 탐관오리의 가혹한 수탈로 민심이 갈수록 피폐해졌다. 평안도에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고 실학자 정약용이 유배되었으며 영국 상선 암허스트호가 무력으로 통상을 요구하는 등 혼란스러운 시절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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