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유대주의 인사 만찬'에 유대인 지지자들 이탈

임화섭 2022. 11. 3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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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주의기구 총재 "유대인에 대한 증오 정당화…두렵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촬영 배재만] 2019.9.24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공화당 지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택에 반유대주의 인사들을 초청해 만찬 회동을 한 일을 계기로, 유대인 유력 인사들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유대인 공화당원들은 그간 트럼프 행정부가 확고한 친(親) 이스라엘 정책을 폈던 점을 들어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반유대주의 경향이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고 애써 무시해 왔으나, 지난 주 트럼프가 만찬 회동으로 물의를 빚자 지지를 철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트럼프는 지난 22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극우 인사 닉 푸엔테스(24)와 래퍼 '예'(45·옛 이름 '카녜이 웨스트')를 초청해 만찬 회동을 했다. 이 두 사람은 반유대주의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악명이 높다.

푸엔테스는 수년 전부터 "유대인들은 이 나라(미국)를 떠나야 한다"거나 "이스라엘은 적그리스도(the anti-Christ)", "유대인들 권력이 너무 많다. 그리스도인들이 모든 권력을 가져야 한다" 등 증오발언을 일삼았다. 예는 최근 수개월간 유대인들을 겨냥한 노골적 혐오발언을 잇따라 해 물의를 일으켰다.

트럼프의 극우 인사 만찬 회동에 대해 친이스라엘 우익 단체 '미국 시온주의기구'(Zionist Organization of America) 총재인 모턴 클라인은 자신의 부모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이라며 트럼프의 언행이 매우 두렵다고 28일 NYT 기자에게 말했다.

클라인은 "도널드 트럼프는 반유대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이스라엘을 사랑한다. 그는 유대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는 유대인에 대한 증오와 유대인을 증오하는 이들을 주류화(mainstream)하고 정당성을 부여(legitimize)한다. 그리고 이 점이 내게 매우 두렵다"고 설명했다.

보수 정치평론가 벤 셔피로와 데이비드 프리드먼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 등 트럼프를 한때 지지했던 유대인 유력인사들 상당수가 '만찬 사건' 이래 트럼프를 공개로 비판했다.

조지 워커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백악관 국내정책 부보좌관을 지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중 다수를 지지해 온 제이 레프코위츠는 "이 나라(미국)에서 백악관에 있는 남자(대통령)의 도덕적 성품과 공직 재직 시 그의 행동을 분리하는 오랜 전통이 있긴 하지만, (트럼프의 언행은) 합리적으로 수용 가능하고 정당화할 수 있는 규범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28일 말했다.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의 조너선 그린블랫은 "반유대주의가 이미 정상이 되어 버렸다"고 우려했다.

미국에서 반유대주의는 매우 오래 전부터 사회적 문제였으나 트럼프가 당선된 시점을 전후로 반유대주의자들이 별다른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고 극단적 발언을 일삼는 사례가 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달부터는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그간 혐오발언으로 계정이 중단됐던 사용자들을 대거 복귀시켜 준 것을 계기로 네오나치들이 트위터로 돌아와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주장을 펼 수 있게 됐다.

머스크 본인도 28일 극우 백인우월론자들 중 이른바 '대안우파'(alt-right)가 즐겨 쓰는 상징인 '개구리 페페'(Pepe the Frog)를 트윗에 썼다. 이는 머스크가 대안우파들과 공감하고 있음을 표현한 것이라는 관측이 백인우월주의자들로부터 나온다.

미국 연방하원은 2021년에 'MTG'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조지아주 출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 애리조나 출신 폴 고사 의원 등 심각한 인종차별 발언, 음모론 전파, 선동 발언 등을 일삼은 극우파 의원들의 원내 보직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으나,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될 공화당의 원내 지도부는 이들을 복권시킬 방침이다.

정통유대교연합(Orthodox Union) 교단의 집행부회장인 모셰 하우어 랍비는 "(최근) 반유대주의 표현과 반유대주의 행동의 수위가 매우 높아져 있다"며 "이는 미국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여건을 만들고 있으며, (반유대주의가 심각한 수위로 높아지고 있는 지금) 싹부터 잘라버려야 한다. 그게 지금 우리가 처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단은 유대교 주요 교파들 중 트럼프 지지세가 가장 강했던 곳이다.

한편, AP 등의 주요 여론조사 집계를 종합하면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유대인 유권자 중 30%가 공화당의 트럼프를, 68%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을 각각 지지해, 전체 인구 중 득표율(트럼프 49%, 바이든 51%)에 비해 트럼프 지지세가 현격히 저조했다.

미국 유대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공화당 지지세가 저조한 경향은 10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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