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왜 갔냐, 세금 아까워”…생존자 울린 의사의 폭언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2022. 11. 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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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의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김모 씨와 그의 아내는 팔에 피멍이 들고 메스꺼움 증상을 느껴 이틀 뒤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A 씨가 다짜고짜 김 씨에게 "이태원을 왜 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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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 달 전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생존자가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 의사에게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참사 당시 이태원 골목에 갇혀 있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김모 씨와 그의 아내는 팔에 피멍이 들고 메스꺼움 증상을 느껴 이틀 뒤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의사 A 씨에게 다친 부위를 보여주며 부상 경위를 설명했다. 그런데 A 씨가 다짜고짜 김 씨에게 “이태원을 왜 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A 씨는 “그 사람들(참사 희생자들)을 왜 애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원금에 내 세금이 들어가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도 했다.

당황한 김 씨와 아내는 상황을 모면하려 애써 웃어넘겼지만 A 씨의 폭언은 계속됐다고 한다. A 씨는 “희생자들을 애도할 마음도 없다”면서 “내가 20~30대 때는 공부만 했는데 요즘엔 다들 놀러 다니기만 바빠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처음엔 참사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멍하니 듣고 있었다”며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적어도 진료를 보러 온 환자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진료를 거부하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 ‘이태원 참사 부상자라서 이렇게 아파요’라고 얘기하기 눈치 보인다”며 “이태원 갔다는 얘기를 못 하겠다. 병원에서 ‘얘도 우리 세금 떼먹는 사람이네’ 생각할까 봐 (치료비 지원) 서류를 함부로 못 내밀겠다”고 토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한 달이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참사 현장에 추모 메시지가 붙어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KBS에 “트라우마가 일차적으로 끝난 게 아니고 그 후에도 계속 트라우마를 자극하면서 과 각성 증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수 있다”며 “작은 말 한마디와 따뜻한 위로는 큰 힘이 되지만 비난이나 섣부른 충고, 지적은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김지용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지난달 3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압도적인 사고를 경험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비난을 하게 된다”며 “주변인들이 다 같이 격려해도 부족할 판에 ‘그러게 거길 왜 갔느냐’는 식의 비난은 이 마음을 더욱 키우기 때문에 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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