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우의 시론>‘주4일제’ 열쇠도 생산성에 있다

2022. 11. 3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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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고문

10월 초 2주 연속 주3일 휴무

최근 주4일 근무제 논의 활발

日이토추 여직원 출산율 향상

케인스 ‘주15시간 노동 충분’

일론 머스크, 주80시간 주장

생산성 · 임금보전 조화가 관건

지난 10월, 직장인들에게 두 번의 행운이 연달아 찾아왔다. 1∼2일 주말에 이어 3일 월요일이 개천절이어서 사흘을 쉰 다음 화요일에 출근했고, 다음 주 역시 토·일요일에 이어 월요일인 10일까지 대체휴일이 되는 바람에 다시금 사흘을 쉰 것이다. 이렇게 되니 2주 연속 사실상 ‘주4일 근무제’가 이뤄졌다. 얼마나 신났을까. 다른 때 같으면 월요병에 걸려 좀비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 직장인들의 표정이 모처럼 환했다. 끼리끼리 모여 나누는 대화의 주제도 “역시 주4일 근무제가 맞는 거 아냐?”였다.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고 대신 월급을 받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근로시간은 얼마가 적당할까. 그야 적으면 적을수록 좋은 것 아닌가? 균형 감각을 상실한 이기적 욕심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이런 희망사항에 고개를 끄덕여준 경제학자도 있다.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대에 쓴 ‘우리 손주 세대의 경제적 가능성’에서 “앞으로 100년 후 우리 모두에게 분배되는 노동의 양은 하루 3시간 혹은 주당 15시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물론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언이 곧이곧대로 실현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인류의 노동시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제 글로벌 사회가 주4일 근무제를 논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웃 일본에서는 논의 단계를 지나 이미 실천에 옮기는 기업도 상당수다. 긍정적 효과도 전해진다. 이토추상사 같은 대기업에서는 주4일 근무제 실시 이후 2021년 회사 내 여성 사원의 출산율이 반등, 1.97명으로 높아졌다고 발표할 정도다. 이런 식이라면 가뜩이나 낮은 출산율로 고민하는 한국 사회도 앞으로 주4일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마냥 무시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요즘 MZ세대에서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 입장에서도 인재 유치를 위해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릴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의 인재 유치나 출산율 제고 등의 명분이 있다고 하나 기업 입장에서는 심각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근로시간의 무조건 단축이 기업 생산에 마이너스로 이어진다면 그만큼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여러 형태의 마찰이나 분쟁이 나타날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근무시간 총량에 민감해지면서 흡연 시간이나 화장실 다녀오는 시간까지 재려 들 것이고, 점심 식사 후 하품 한 번을 근무시간 30초 공제로 처리하는 코믹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직장인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얼마 전 한국리서치에서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주4일 근무제 도입에 찬성이 51%로 반대 41%를 앞선 반면, “임금이 줄면 반대하겠다”가 곧바로 64%까지 뛰었다. 결국 기업으로서는 생산성 유지, 노동자로서는 임금 보전이 관건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근무형태는 어떻게 전개될까. 우리보다 보편적인 일본의 경우 대략 3가지 패턴으로 수렴되는 듯하다. 첫째는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급여를 줄이는 방식, 둘째 출근 날의 근무시간을 크게 늘려 총 근무시간과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 셋째는 근무시간이 줄어도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형태다. 물론 셋째는 시간당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을 충족 조건으로 한다.

흐름에는 당연히 역류 현상도 있게 마련이다. 지난 1990년대 IT 붐이 한창이던 때 미국인들의 근무시간은 거꾸로 길어지기까지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이나 법무법인 김&장의 변호사 등은 높은 연봉 대신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감수한다. 최근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고강도의 장시간 근무가 싫다면 회사를 떠나라”고 했을 정도다. 그가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근무시간은 케인스가 놀라 자빠질 지경인 주당 80시간이다. 하지만 케인스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는 따로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소득을 얻기 위해 일해야 한다. 생산성이 낮다면 일하는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세상의 근무시간제가 어떤 식으로 진화하든 간에 게으르고 무능한 자에게 돌아갈 몫은 작아지는 법이다. 열쇠는 근무시간이 아니라 생산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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