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홍경에 최현욱까지, 단박에 히어로 된 신인 배우들('약한 영웅')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1.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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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등 다양해진 플랫폼, 신인 배우 설 자리 많아졌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은 작품의 완성도나 화제성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그보다 더 큰 성과는 가능성 있는 신인 배우들을 대거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주인공 연시은 역할을 연기한 박지훈은 이 작품의 포스터 한 장만 봐도 그가 가진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가가 실감난다. 어딘가 허무가 가득한 눈빛으로 전면을 바라보는 박지훈의 얼굴은 낮은 목소리로 "내가 부탁했잖아. 그만하라고."라고 읊조리듯 말하는 듯하다. 그 모습은 <약한 영웅>이라는 학원 액션물이 가진 약한 듯 보이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히어로의 면면을 단박에 느껴지게 해준다.

박지훈 이외에도 <약한 영웅>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오범석 역할의 홍경이다. 초반에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입양된 부모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며 자존감이 바닥인 이 인물은 후반으로 갈수록 '자기도 모르게' 엇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있어 <약한 영웅>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힘이 생겼다. 찌질하지만 어딘가 공감도 가는 복합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홍경은 '연기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 최현욱, 신승호, 이연, 김수겸 같은 신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라켓소년단>,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출연했던 최현욱이나 <D.P.>, <환혼>에 출연한 신승호는 이미 존재감을 확인한 배우들이다. 특히 유독 신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약한 영웅>에서 신승호는 '이미 중견' 같은 무게감을 보여준다. 갈수록 배우로서의 필모가 단단해지는 배우다.

<약한 영웅>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최근 OTT 같은 새로운 플랫폼 덕분이다. 폭력의 수위도 높고 특히 청소년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지상파 같은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결코 제작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처럼 '학원 액션물' 같은 이미 웹툰에는 하나의 장르화되어 있지만 드라마로는 제작되지 않았던 영역이 OTT와 만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쌍둥이 오빠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고생과 불공평한 세상에 맞서 복수대행을 하는 남고생의 이야기를 다룬 디즈니플러스의 <3인칭 복수>도 비슷한 결을 가진 학원 액션물이다.

<약한 영웅>도 그렇지만 <3인칭 복수>도 학원 액션물이라는 점에서 그 주인공들은 대부분 신인배우들이다. 오빠가 죽은 진실을 파헤치는 옥찬미 역할의 신예은이 그렇고, 뇌종양 시한부 판정을 받고 요양원에 있는 엄마의 병원비를 위해 복수대행에 뛰어드는 지수헌 역할의 로몬이 그렇다. 특히 로몬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주목받은 배우로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액션 연기가 일품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도 좀비 장르로 재해석된 '학원 액션물'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도 박지후, 윤찬영은 물론이고 조이현, 유인수, 이유미 같은 배우들이 주목받았다. 특히 악랄한 빌런 역할로서 유인수는 더할 나위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그 후 <환혼>에서 박당구 역할을 맡아 정반대로 허당기 가득한 청년의 풋풋함을 보여줬다.

최근 들어 신인 배우들이 주목을 받는 상황을 뒤집어 보면 그간 작품들 자체가 중견 배우들 중심의 서사에 묶여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학원 액션물' 같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OTT가 이 부분을 열어줬고 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존재를 대중들 앞에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OTT 콘텐츠는 캐스팅에 있어 신인, 중견을 따지지 않는다. 그보다는 작품의 역할에 딱 어울리는 배우를 찾는 경향이 있다. <파친코> 같은 작품에서 김민하가 단번에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건 그래서다. 이처럼 이미 열린 OTT 시장 속에서 이제 새로운 얼굴들이 나올 가능성은 훨씬 많아졌다. 소재적으로도 그렇고 플랫폼의 성격 때문에도 그렇다. 또 한 편으로는 좀 더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대중들의 욕구와도 맞물려 신인배우들은 더더욱 요구될 전망이다. 결코 약하지 않은 존재감으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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