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탄생', 의미있는 발자취와 종교의 벽

강효진 기자 2022. 11.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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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근대사에서 재조명할 만한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한 청년의 일대기를 꼼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신부 김대건의 일대기'보다 '청년 김대건의 용기있는 여정' 자체에 집중한 연출이었으면 더 많은 관객을 포용하고 널리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스케일을 키운 노력은 느껴지지만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CG 완성도, 미술 등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다소 조악한 비주얼로 아쉬움을 남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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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 제공ㅣ민영화사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조선 근대사에서 재조명할 만한 의미있는 발자취를 남긴 한 청년의 일대기를 꼼꼼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지만, 영화적 재미에 있어선 반응이 엇갈릴 듯하다.

30일 개봉한 영화 ‘탄생’(감독 박흥식)은 조선 근대의 길을 열어젖힌 개척자 청년 김대건(윤시윤)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다. 학구열 넘치는 모험가이자 다재다능한 글로벌 리더였던 김대건의 개척자적인 면모와 더불어 호기심 많은 청년이 조선 최초의 사제로 성장하고 순교하는 과정을 그렸다.

영화는 약 200년 전 어린 김대건이 조선인 최초의 신부가 되기 위해 결연한 의지로 고행의 길을 걷고자 다짐하는 순간부터 머나먼 해외로 떠나 신학에 매진하는 과정, 박해를 피해 여러 나라의 국경을 오가며 생사를 건넌 끝에 신부가 되어 조선 천주인들의 희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착실하게 묘사했다.

2시간 30분이라는 '마블급' 러닝타임에 담긴 대서사시인 만큼 기대 이상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신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김대건 일행이 배 위에서 난파 위기를 견디는 장면을 비롯해 국경을 오가며 해외 여러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재현하는 등 규모 있는 장면들을 과감하게 표현해 김대건의 여정에 몰입감을 더했다.

핵심 콘텐츠는 다른 무엇보다 청년 김대건의 '의지'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새로운 세상을 여는 길을 걷기 위해 목숨도 아끼지 않는 한 청년이 묵묵하게 나아가는 굳건한 의지와 행보가 묵직한 감동을 자아낸다.

다만 종교색이 짙다. 간단한 용어 설명 자막도 포함되지 않을 만큼 천주교 신자가 아닌 관객을 배려하지 않은 불친절한 전개가 계속된다. 천주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관객들은 긴 러닝타임 내내 쏟아지는 정보들을 따라가야 한다. 전반적으로 천주교 내부 교육 영상이나 특집 다큐멘터리 같은 톤 앤 매너다.

죽음을 선택할 만큼 결연하고 강렬한 믿음으로 행동하는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 역시 종교가 있는 관객과 없는 관객에게는 와닿는 정도가 극명하게 차이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관객으로서 그저 '상업 영화'로 즐기기엔 다소 버겁게 느껴질 만큼 장벽이 높다.

더불어 김대건이 목숨을 걸고 여러 차례 국경을 넘는 과정도 중반부에 여러 차례 반복되다보니 공들인 핵심 장면임에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벌어지는 상황 묘사에 그친다. 인물의 생애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영화적 완성도보다 우선 순위로 선택한 듯하다. 이야기가 아닌 장소만 따라가는 전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

'신부 김대건의 일대기'보다 '청년 김대건의 용기있는 여정' 자체에 집중한 연출이었으면 더 많은 관객을 포용하고 널리 감동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또한 이런 과정을 담은 화면은 그간 봐왔던 웰메이드 블록버스터와 퀄리티를 견주기엔 부족함이 있다. 스케일을 키운 노력은 느껴지지만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CG 완성도, 미술 등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는 다소 조악한 비주얼로 아쉬움을 남길 듯 하다.

물론 윤시윤을 비롯해 이문식, 안성기, 윤경호, 김강우 등 주연배우들의 열연과 최무성, 성혁, 남다름, 강말금, 이경영, 신정근, 이호원, 정유미, 김광규 등 '이렇게나 많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특히 청년 김대건의 열정만큼은 '진심'으로 담아냈다.

30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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