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 ‘암세포 저격수’ 중입자 치료기 국내 도입 초읽기

문영훈 기자 2022. 11. 30.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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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서울에서 중입자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중입자 치료는 부작용이 적으면서 암세포 살상 효과가 뛰어나지만 국내 도입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환자가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야 했다. 암세포를 저격하는 날카로운 명사수, 중입자 치료에 대해 알아봤다.

1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 건립된 중입자치료센터 전경.
2 가속된 탄소 원자가 치료기로 전달되는 통로.
3 4 중입자치료센터 내 치료시설.

2023년 3월 연세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광속의 70%로 가속해 환자의 암세포를 타격하는 치료 기법으로, '꿈의 암 치료법’이라 불린다.

암 치료법은 크게 외과적 수술, 약물을 이용한 항암 치료,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사선 치료로 나뉜다.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일종이다. 전자를 이용하는 기존 방사선 치료나, 수소를 이용하는 양성자 치료와 달리 탄소를 이용한다.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의 70% 수준으로 가속해 환자의 암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중입자 치료기의 효과는 기존 X선 치료에 비해 2~3배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탄소 특성상 암세포가 받는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기존 방사선, 양성자 치료와 비교해 횟수가 줄어 단기간 내 치료가 가능하다.

중입자 가속기.
무거운 탄소 원자를 가속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가속기가 필요하다. 연세의료원은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내 지하 5층과 지하 7층에 3만5000㎡(약 1만 평) 규모의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를 건립했다. 지하 공간에는 직경이 22m, 무게가 220톤이 넘는 싱크로트론(synchrotron·가속기)이 설치돼 있다. 크게 원을 그리며 이어져 있는 푸른 전도 자석이 탄소 원자를 가속해 치료실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중입자 치료는 효과가 뛰어난 데 반해 부작용은 적다. 기존 방사선 치료는 신체를 통과하는 모든 부위에 손상을 남기지만, 탄소 원자는 체내 암세포가 있는 특정 부위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도록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 불리는 입자 빔의 특성 때문이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중입자 치료기가 없어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가 많았다. 현재 중입자 치료는 일본·독일 등 6개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치료비와 체류비를 합쳐 1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 환자 부담이 크다. 국내에서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되면 치료비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수가 결정,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 행정 절차가 남아 치료비에 대한 확답을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동섭 연세의료원장은 "중입자 치료는 3대 난치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 환자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것"이라며 "기존 치료 대비 낮은 부작용과 뛰어난 환자 편의성으로 전립선암 치료 등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에 이어 서울대병원과 제주대병원도 2026년 중입자 치료기를 가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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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저격하는 힘 센 폭탄"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연세의료원 이사회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승인한 것은 2016년. 여기엔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팀의 노력이 컸다. 도입에 앞서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2017년 8월부터 2년간 현장 경험을 쌓고자 일본 국립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QST)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글로만 배우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직접 환자를 돌보고, 연구에도 참여하고자 일본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금 교수와의 일문일답.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암 환자들이 겪는 고통을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해 해외 원정 치료의 신체적·경제적 어려움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The First(가장 빨리), The Best(최고의)’를 추구하는 세브란스 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1922년 방사선 치료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처럼 한국 암 치료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자 하는 노력이다.

전 세계에서 16번째로 만들어진 중입자 치료기의 특장이 있나.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에서 고정형 치료기 1대, 회전형 치료기 2대가 가동될 예정이다. 이 중 회전형 치료기는 360도 어느 각도에서나 탄소 빔을 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이를 2대 소유하고 있는 병원은 전 세계에서 연세의료원이 유일하다.

어떤 환자가 중입자 치료의 대상이 되나.

방사선 치료가 잘 듣지 않는 환자, 그중에서도 전이가 이뤄지지 않은 환자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전이가 진행된 경우에는 한쪽 병변에 중입자 치료를 하더라도, 다른 쪽에서 암세포가 자라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반기 가동을 앞둔 고정형 치료기의 경우 중입자 치료의 예후가 좋은 전립선암 환자가 주 대상이 될 예정이다.

중입자 치료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다.

중입자 치료와 다른 치료법을 일대일로 비교한 연구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무작위 임상시험은 환자가 치료 방식을 알지 못한 채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응하는 환자가 많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해서 치료 경험이 적은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1994년부터 환자를 치료해왔기 때문에 1만 명 이상의 데이터가 쌓여 있다. 중입자 치료의 안정성은 담보됐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양성자 치료 대비 어떤 장점이 있나.

더 센 폭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탄소 원자가 수소보다 12배 무거운 만큼 암세포를 죽이는 힘이 강하다.

고가의 치료비가 예상된다.

중입자 치료기를 도입하는 데 약 3000억 원이 들었고, 매년 유지 관리비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중입자 치료기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수준에서 치료비가 책정될 전망이다.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연세의료원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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