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 신세였지만…몸도 마음도 LH '해심당'서 치유"

김진 기자 2022. 11. 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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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고령자복지주택 '해심당' 입주자 이재호·이현민씨 인터뷰
전국 37곳 '주거+복지형' 특화주택…어르신 일자리도 지원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위치한 LH 고령자복지주택 '해심당' 외관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홀몸어르신(독거노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들의 주거 환경 개선 요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하는 고령자 특화 주택에 입주해 '제2의 삶'을 시작한 이재호씨(76)와 이현민씨(73)를 만났다.

◇도심 속 고령자 복지주택, 서울 도봉구 '해심당'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는 아담한 체구에 북한산의 정기를 그대로 담는 듯한 고령자 복지주택이 있다. 회색 벽돌 건물 한쪽에 적혀 있는 이 집의 이름은 '해심당'(海心堂)이다. 바로 밑에는 '바다와 같은 마음과 따뜻한 햇살이 있는 집'이라고 쓰여 있다. 이재호·이현민씨는 집에 담긴 뜻처럼 너르고 포근한 표정이었다.

4층 부부형 세대에 거주하고 있는 이재호씨는 "신혼 때부터 셋방살이를 전전하다 결혼 2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며 "그렇게 잘 살면 좋았을 텐데 10년 후 IMF가 터지면서 실업자가 됐고 전 재산과 다름없는 집까지 날렸다"고 운을 뗐다.

이어 "당시 건강하기만 했다면 일용직이라도 했겠지만 갑자기 경추신경에 종양이 발견되어 제거 수술을 하느라 학원차량 운전 일만 하며 겨우 먹고 살았다"며 "그러다 아들 내외의 권유로 해심당에 입주 신청을 하고 작년 6월에 들어왔다"고 입주 과정을 설명했다.

LH 고령자복지주택인 '해심당'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이현민씨도 "4층이 제일 넓고 좋다"며 해심당 2층에 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는 "특허 사업을 하던 남편이 두 번이나 부도가 나서 전 재산을 잃고는 보름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우울증에 시달렸다"며 "딸의 소개로 해심당에 왔는데, 처음엔 아파트가 아니라 신청을 망설이기도 했는데 와서 살아보니 너무 좋다"고 웃어보였다.

이현민씨에 따르면 그는 해심당 입주를 앞둔 몇 개월 동안 매일 악몽을 꾸는 등 극도로 신경이 쇠약해져 정신과 약을 복용할 정도였다. 그랬던 이씨는 작년 5월 고대하던 입주를 마친 뒤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고 마음의 병도 서서히 치유되는 중이다. 그는 "안정적인 주거지가 사람에게 이토록 중요함을 깨닫는다"고 덧붙였다.

LH 고령자복지주택 '해심당'에 거주 중인 이재호씨(왼쪽)와 이현민씨.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세심한 설계에 달라진 삶…"치유의 공간 있어 행복"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 규모로 세워진 해심당은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한 움직임 자동 감지센서와 인지건강디자인(CUD), 1층 주출입구에 CCTV를 설치한 범죄안전디자인 등 주거 약자형 설계를 적용했다. 층마다 거주하는 어르신 유형도 다양하다. 1층에는 장애인, 2층에는 할머니, 3층에는 할아버지, 4층에는 고령자 부부 형으로 나눠 각 세대 특성에 맞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도 거주할 수 있게 특화 설계된 디자인을 통해 LH 최초로 소규모주택 배리어프리(BF·무장애) 인증을 취득했다.

설계 및 구조적 특성 외에도 해심당은 LH와 지자체, 사회단체가 협업해 어르신 일자리와 복지 및 의료서비스, 문화·교육활동을 한 자리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도봉구 시니어클럽을 통해 운영하는 1층 실버카페 '카페 향'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먹거리 생태정원인 옥상 텃밭 '키친가든'은 지역의 도시농업 활동가가 입주민을 교육하여 무·배추 등의 모종을 길러 판매하고 친환경 먹거리를 공유하고 있다.

이현민씨는 "텃밭 수준이 아니고 농장에 버금가는 식물들과 시설"이라며 "단지 먹거리를 얻는 텃밭이 아니라 저한텐 치유의 정원이 되는 이 공간이 있어 정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LH 고령자복지주택 '해심당'의 생태정원인 옥상 텃밭 키친가든 (한국토지주택공사 제공)

해심당 입주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재호씨는 '심리적 안정'을 꼽았다. 한때 외부활동을 꺼리고 만남을 기피했는데, 해심당 입주 뒤 학교 앞 시니어 봉사자로서 다시 일을 시작하고 외부활동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65세 이상 36%가 '독거노인'…LH, 전국 37개지구에 특화주택

'2022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가구주 나이가 65세 이상인 국내 고령자 가구 519만5000가구 중 36.1%(187만1000가구)가 홀로 산다. 홀몸어르신 가구는 2010년 사상 처음으로 100만 가구를 넘겨 내년 20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여인숙·고시원 등 비주택 주민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가구가 42.8%를 차지했다. 홀몸어르신의 돌봄과 주거문제는 이제는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됐다.

홀몸어르신 돌봄, 고령자 가구의 열악한 주거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고령자 특화 주택의 필요성은 줄곧 제기돼 왔다.

고령자의 신체 능력, 심리적 특성을 설계에 반영하고 건강, 돌봄, 문화 관련 지역 사회서비스를 주거과 연계해 고령자에 꼭 맞는 주거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고령자 주거와 복지서비스의 결합 형태인 LH고령자복지주택사업이 시작된 배경이 됐다.

해심당과 같은 고령자 주택은 2010년 매입임대 리모델링, 영구임대단지 유휴부지에 건물을 신축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고령자복지주택으로 정착됐다. 현재 LH는 전국 37개지구, 약 3600가구의 고령자복지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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