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얄미운 존재, 이란의 탈락을 보며[정다워의 아라비안월드컵]

정다워 입력 2022. 11. 30. 08:30 수정 2022. 11. 30. 11:1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란이 탈락했다.

이란은 우리에게 얄미운, 혹은 버거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두려운 존재다.

그런 이란이 우리보다 먼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특히 우리와 밀접한 이란이나 일본을 보면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란 골키퍼 베이란반드가 29일(한국시간 30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경기에서 패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2022. 11. 29.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알 투마마(카타르)=정다워기자] 이란이 탈락했다.

이란은 우리에게 얄미운, 혹은 버거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두려운 존재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무려 9년(3무4패)간 이기지 못한 천적이었으니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만 봐도 이란이 20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는 일본(24위)이나 한국(28위)도 이란에 미치지 못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입지만 봐도 이란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이란 아자디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는데 경기 내용이 워낙 좋아 벤투 감독이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올해 3월에는 10년 묶은 이란 징크스를 깨는 승리까지 가져왔다. 대단히 상징적인 승리이자 전환점이었다.

그런 이란이 우리보다 먼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란은 29일 카타르 알 투마마에서 열린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미국에 0-1로 패했다. 1승2패를 기록한 이란은 잉글랜드(2승1무 7점), 미국(1승2무 5점)에 밀려 3위에 자리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이 경기는 세간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두 나라의 국제 관계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오랜 기간 앙숙으로 지냈다. 9·11테러 이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갈등이 심화됐고, 지금도 양 측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축구는 정치를 배제하지만 사회적 배경을 아예 걷어내고 보기는 어렵다. 두 팀의 맞대결은 다른 이유로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 축구팬이 29일(한국시간 30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이란과 경기 전 응원을 하고 있다. 2022. 11. 29.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란 선수들이가 29일(한국시간 30일)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 미국과 경기에서 심판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2022. 11. 29.도하(카타르)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자유를 대표하는 미국과 보수적인 이슬람을 상징하는 이란의 맞대결답게 응원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미국 관중은 즐기는 분위기로 월드컵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대다수가 남성인 이란의 관중은 군대를 연상시키는 조직적인 응원으로 알 투마마를 ‘미니 아자디’로 만들었다.

전반전만 보면 경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출생 선수들로 무장한 미국은 노련한 이란을 몰아붙였다. 이란은 우리와 싸울 때처럼 얄미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 얻어맞기만 했다. 결국 전반전을 0-1로 뒤진 채로 마쳤다.

후반전 양상은 달랐다. ‘여우’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상대가 세 명의 미드필더를 앞세워 경기를 장악한 것을 파악하고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을 빼고 미드필더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답게 이 작전은 적중했고, 이란은 후반전 내내 공세를 펼쳤다.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전반전의 형편 없는 모습은 아니었다.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 특히 우리와 밀접한 이란이나 일본을 보면 이중적인 감정이 든다. 패배, 혹은 탈락이 고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같은 아시아 국가가 무력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간접 비교가 가능한 나라인만큼 우리의 수준까지 함께 떨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날 밤에도 그랬다. 경기 막판 나온 애매한 판정에 화를 내기도 하고 결국에는 결정된 승부에 허탈해 하는 이란 관중의 모습이 혹시 이틀 후 우리의 표정은 아닐까 공감이 됐다. 물론 이 생각이 현실로 이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weo@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 sportsseoul.com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