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된 최영석 태국 태권도 대표팀 감독 "어깨 무겁다"

"태국 국적을 받았지만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잖아요.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운 태권도를 더 멋지게 알리겠습니다."

태국을 태권도 강국으로 성장시킨 최영석(48) 태국 국가대표팀 감독이 태국 국적 취득 절차를 마쳤습니다.

태국 태권도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를 키워낸 최 감독은 28일 '찻차이 최'라는 태국명이 적힌 주민등록증을 받았습니다.

오늘(30일) 언론 통화에서 그는 "태국에서 20년간 한국인으로서 태권도를 해왔는데 태국 국적을 받으니 여러 생각이 교차하고 어깨가 무겁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외국인으로서 태국에서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좀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양국의 스포츠 외교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쁜 마음으로 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감독은 2002년부터 태국 국가대표팀을 이끌면서 태권도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호랑이띠인 데다 선수들을 엄하게 조련해 '타이거 최'라고도 불리는 그가 부임한 이후 태국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연이어 메달을 수확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파니팍 웡파타나낏 선수가 태권도로 태국에 금메달을 안겼습니다.

최 감독은 공로를 인정받아 쁘라윳 짠오차 총리로부터 태국 스포츠 대상 최고지도자상도 받았습니다.

귀화설이 현지에서 꾸준히 나왔지만 신중히 고민하던 최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초 태국 태권도협회에 국적 취득 의사를 전달했고, 8월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당시 그는 "태국 국적을 취득해 태권도를 더 보급하고 관련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국기인 태권도를 더 발전시키는 길일 수 있다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으로 귀화 신청을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주민등록증을 받음으로써 귀화 절차가 마무리됐습니다.

네이션 등 태국 현지 매체도 최 감독의 국적 취득 소식을 전했습니다.

'찻차이 최'는 뜨라이밋 사원의 통차이 스님이 지어준 이름으로, '승리를 이끄는 전사'라는 뜻이라고 최 감독은 소개했습니다.

그는 "8개월 단기 계약으로 태국에 왔는데 어느덧 20년이 됐다"며 "한국 선수들의 귀화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도 있는데, 지도자로서 한국과 태국 양국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해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앞으로 한국과 태국 사이에서 양국 간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기회가 되면 체육 행정 분야에서도 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네이션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