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만족하는 정책[편집실에서]

2022. 11. 30. 07: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대 기호식품을 꼽으라면 술, 담배, 커피쯤 되겠지요. 건강상의 이유로 술은 요즘 멀리하고 있고 담배는 날 때부터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커피가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그래서 가장 잘 모르는, 그러나 누구보다 예민한 담배 얘기를 오늘 좀 해볼까 합니다.

회사 인근에 흡연자들의 성지로 불릴 만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한 대기업 빌딩 앞인데 주변 직장인들까지 모여 출퇴근길이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무심결에 몇 번 들렀다가 기겁을 하고는 이후로는 습관처럼 우회로를 이용해 출퇴근했습니다. 어느 날, 먼발치서 바라보는데 평소와 달리 한산했습니다. 가까이 가봤지요. 구청에서 나와 있더군요. 탁자를 펼쳐놓고 거의 하루종일 앉아 있었습니다. 담배 연기로 괴로워하는 어린이집 원생들의 하소연을 담은 플래카드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회피나 불만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한 ‘민주시민’들을 상찬하며 평소 같으면 얼씬도 하지 않았을 그 길을 흐뭇한 마음으로 걸었습니다. 맑은 공기는 덤이었습니다.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흡연자들이 ‘게릴라전’을 시작했습니다. 사라졌는가 싶던 흡연족들이 며칠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경희궁 앞 금연구역까지 진출해 담배 연기를 뿜어냈습니다. 구청의 대처는 흡연자들을 분산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었습니다. 한 곳을 누르니 다른 곳이 삐져 나왔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워대니 비흡연자들로선 난감한 노릇이었습니다. 간접흡연을 피하기가 더 어려워진 거지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까요. 혼란스럽습니다. 흡연자들은 또 그들 나름의 시각에서 할 말이 많겠지요. 특정구역의 흡연대책이 이러할진대, 한 지역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정책은 얼마나 세심하고 주도면밀해야 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니 저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효과의 예측과 대비는 기본일 겁니다.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이 삐걱댄다고 가림막을 치고 문을 아예 닫아버렸습니다. 기자들이 질문도 가려 하고 복장도 잘 갖추고 그야말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대통령실의 바람에 부응할까요. 아니면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정부를 견제하고 실정을 비판하는 보도가 줄을 이을까요. 민주주의 발전과 건강한 권(력)·언(론) 관계, 나아가 정권이 그토록 강조하는 국익을 위해선 진정 어떤 게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화물연대 파업도 그렇습니다. 엄단·경고식으로 찍어누른다고 사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요. 일부의 ‘세금폭탄’ 반발에 편승해 보유세와 법인세를 내리면 격차와 자산불평등 심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는 핑계로 눙치고 갈 일이 아닙니다. 가치의 경중, 상황 변수, 사안의 시급성 등을 따져 그 시점에 가장 어울리면서도 최대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내 편’만 보고 가는 정책만큼 위험한 것도 없습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