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넷 제로 레디 건축물을 살펴보며

이건원 호서대 건축학과 교수 2022. 11.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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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꾸준하게 새로운 시대인 기후변화 시대를 준비하는 건축과 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넷 제로 레디 건축물(Net Zero Ready Building)'을 소개하며 기후변화 시대의 우리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넷 제로 레디 건축물'은 커녕 넷 제로(Net Zero)라는 개념도 생소한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 넷 제로 레디 건축물은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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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원 호서대학교 건축토목환경공학부 교수

필자는 꾸준하게 새로운 시대인 기후변화 시대를 준비하는 건축과 도시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넷 제로 레디 건축물(Net Zero Ready Building)'을 소개하며 기후변화 시대의 우리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넷 제로 레디 건축물'은 커녕 넷 제로(Net Zero)라는 개념도 생소한 이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넷 제로 건축물은 탄소의 순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건축물을 말한다.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한 생활을 담는 건축물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적어도 현재의 기술과 눈에 보이는 수준으로 예상되는 기술이 적용될 가까운 미래까지는 그렇다는 말이다.

심지어 에너지 효율이 좋아서 탄소배출량이 더 적은 가전제품이나 냉·난방제품들이 보급되면 사람들은 이 제품들을 더 느슨하게 활용하는 경향이 생긴다. 즉 오히려 에너지 효율이 좋지 않은 제품을 사용할 때 보다 에너지를 더 사용해서 탄소배출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까지 일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건축물 내에서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생산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가 잘 아는 태양광, 태양열, 연료전지, 풍력 등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활용해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 넷 제로의 핵심이다. 이는 우리의 건축물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탄소배출의 주범이 아니라 에너지를 생산하는 태양광 패널과 같이 변화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동시에, 그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담고 있는 충전용 배터리와 같이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넷 제로 레디 건축물은 무얼까. 영어식 표현을 그대로 풀자면 탄소의 순배출량이 0이 될 준비가 된 건축물이라는 뜻이다. 즉 이러한 건축물은 에너지 소비 효율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어떠한 형태든 기술적 연계가 이뤄진다면 원활하게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건축물이라는 뜻이다.

물론 그 에너지를 충분히 저장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정도 설명이 이뤄지면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이미 알려진 패시브 건축물과는 뭐가 다른 걸까. 물론 패시브 건축물과 에너지 효율이 극단적으로 좋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에너지를 생산하고 저장한다는 기능이 추가된 점이 다르다. 또 태생적으로 태양광 패널을 붙인다거나, 연료전지를 설치한다는 것이 아닌,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에 어떠한 재생에너지라도 설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차이가 있다. 즉 열린 에너지 생산 플랫폼으로서의 건축물을 지향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린 플랫폼으로서의 건축물에 대한 지향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건축물의 개념과는 사뭇 다르다. 마치 1900년대 초반에 르 꼬르뷔제(Le Corbusier)가 주장했던 살기 위한 '기계'라는 개념과 더 비슷해 보인다.

이미 병원과 같은 특수 건축물들은 기계·설비 시스템이 건축물 본연의 디자인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의 건축물 대부분이 이렇게 돼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적인 건축물, 시(詩)적인 건축물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과연 이러한 시대에 우리 건축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 고민이 시작돼야 할 때다. 이미 CES(The 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다양한 국제적 기업들이 그려낸 미래 우리 삶 속의 건축물은 그러했다. 이제 우리 건축, 보다 정확하게는 건축 디자인이 그 답을 준비하고 보여줘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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