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뮤지컬 된 '알로하, 나의 엄마들'…한층 풍성해졌죠"

임지우 2022. 11.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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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료 조사 중 우연히 '사진 신부'가 찍힌 흑백 사진을 봤어요. '사진 신부'는 일제강점기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성들의 사진만 보고 결혼하러 조선을 떠났던 이주 여성들이죠. 사진 한 장만 믿고 타지로 결혼하러 가기엔 너무도 어리고 앳된 소녀였던 이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습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 22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에 하와이로 떠난 이주 여성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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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이어 두 번째 뮤지컬화…"공연 보며 되레 영감받아"
100년 전 하와이 이주한 '사진 신부' 이야기…"삶의 파도 넘는 생명력 그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원작자인 이금이(왼쪽)와 극작가 오미영(오른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작품 자료 조사 중 우연히 '사진 신부'가 찍힌 흑백 사진을 봤어요. '사진 신부'는 일제강점기에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조선인 남성들의 사진만 보고 결혼하러 조선을 떠났던 이주 여성들이죠. 사진 한 장만 믿고 타지로 결혼하러 가기엔 너무도 어리고 앳된 소녀였던 이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강한 열망을 느꼈습니다."

작가 이금이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 22일부터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에 하와이로 떠난 이주 여성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금이와 극작가 오미영은 "거친 파도와 같은 삶을 헤쳐나간 세 여성의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뮤지컬로 그려냈다"고 소개했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원작자인 이금이(왼쪽)와 극작가 오미영(오른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소희의 방' 등을 쓴 이금이는 국내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다. 이 중 '유진과 유진'은 지난해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로 만들어져 올해 6월 재연되기도 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뮤지컬 장르로 변신하는 그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작가는 무대 위에서 재탄생한 자신의 작품을 보며 되레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제 마음속에 있던 장면들이 무대 위에서 실제로 벌어지니 정말 신기했어요. 공연을 보면서 되려 자극이나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객석에서 독자·관객과 내 이야기를 같이 울고 웃으며 보는 게 제겐 선물과도 같은 시간입니다."

각색을 맡은 극작가 오미영은 "소설 속 주인공 세 소녀의 연대라는 큰 주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남성 캐릭터들을 좀 더 매력 있게 만드는 식으로 극적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원작자인 이금이(왼쪽)와 극작가 오미영(오른쪽)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 하와이 이주 여성인 '사진 신부' 버들, 송화, 홍주의 일생을 유쾌하면서도 따듯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역사 서적 속 흑백 사진으로만 남은 이들에게 숨결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는 이 작가는 이들을 단지 어려운 시기를 산 가엾은 여성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삶을 살아낸 인물로 그려냈다고 했다.

그는 "이 여성들이 실제로 하와이에서 계모임을 주도하는 등 한인들의 경제적 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는 기록이 역사적으로도 남아있다"며 "뮤지컬 무대를 통해 이러한 주체적이고 생명력 강한 모습이 잘 그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다룬 '유진과 유진'부터 근대 일본, 중국,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까지, 다양한 소재와 배경의 작품을 써온 이 작가는 아동·청소년 소설의 소재에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작가는 "집, 학교, 학원만 오가는 청소년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며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와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쓰면서 지금과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뮤지컬을 통해 소설의 독자와 뮤지컬의 관객이 교감하면서 이야기가 한층 더 풍부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원작 소설도 엄마와 딸, 할머니가 함께 읽는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온 가족이 다 같이 즐기기에는 뮤지컬이 소설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해요. 뮤지컬로 이야기에 온전히 젖어 들고, 더 자세한 배경이 궁금하다면 책도 같이 읽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공연은 12월 11일까지 이어진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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