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물량 10배 늘어난 서울… 흥행 여부는 ‘글쎄’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던 서울에서 연말을 앞두고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과 비교해 올해 11~12월 서울의 분양 물량이 10배 이상 늘었다. 높은 분양가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예년과 같은 분양 흥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12월 서울 아파트 분양 물량은 1만9301가구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1697가구였던 점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1~10월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총 7542가구다. 올 한해 서울에서 예정된 분양 물량의 약 70%가 연말에 풀리는 셈이다.
서울의 분양 물량이 대폭 증가한 이유로는 우선 분양시장의 ‘대어’들이 분양을 확정한 것이 꼽힌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표적이다.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이 단지에서 일반분양 예정인 물량은 4776가구로,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다.
성북구에서는 일반분양 물량 규모가 1330가구에 달하는 장위 자이레디언트가 분양시장에 나온다.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 자이레디언트는 다음 달 6일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이외 일반분양 물량 409가구인 서대문구 서대문센트럴아이파크, 454가구인 센트레빌아스테리움시그니처 등이 분양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자 부담이 꼽힌다.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서만 6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이자 비용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 조합과 조합원 입장에서는 일반분양을 통해 대금을 빨리 회수해야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내년에 할 분양을 올해로 당길 유인이 생긴 것이다.
실제 내년 초 분양 예정이던 둔촌주공도 자금난 우려로 다음 달로 분양 일정을 앞당겼다.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확정하며 “조속히 일반분양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경색으로 인한 고금리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다시 조합이 파산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대한 빨리 관리처분총회를 거쳐 일반분양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조합원들에게 공지하기도 했다.
문제는 대거 예정된 분양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점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도 분양가가 싸지 않은데, 주변 집값은 하락하고 있어서다. 올림픽 파크포레온의 전용 84㎡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으로 13억2040만원이다. 여기에 발코니 확장 등의 옵션을 더하면 약 1억원이 추가된다.
그러나 인근 천호동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 84㎡의 최근 실거래가는 14억7000만원(7월)이다. 작년 최고가 거래인 17억6000만원에 비해 3억원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올림픽 파크포레온 분양가에 옵션비를 더한 가격과 비슷한데, 올림픽 파크포레온 전용 84㎡는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고 래미안강동팰리스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높은 금리도 문제다. 지난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832%로 8%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예년과 같으면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역세권 아파트의 최근 청약 성적도 좋지 못하다. 지난 15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중랑구 중화동 ‘리버센 SK뷰 롯데캐슬’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31대 1에 그쳤다. 국민평형이라 불리는 전용면적 84㎡C형 당첨 최저가점은 18점에 불과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청약 대기자들의 ‘옥석 가리기’ 경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상황”이라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역세권에 단지 위치가 좋다 하더라도 분양가가 매력적이지 않으면, 청약 대기자들을 끌어모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경쟁이 다소 시들해진 지금이 기회라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자금 능력이 따라준다면 청약 경쟁률과 가점이 낮아지고 있는 현재 같은 상황이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좋은 시기”라며 “분양 단지의 입지적 요건과 분양가, 주변 단지들의 시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약에 도전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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