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의 유혹] ⓛ“추천 종목 정말 오르네”하다 가입비 200만원 날린다

김효선 기자 2022. 11.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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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관련 민원 건수 3년 만에 4배↑
증시 변동성 커지자 ‘고수익’에 현혹
주가 조작 연루될 수 있어 주의

# 직장인 박명환(33·가명) 씨는 유명 유튜브가 직접 종목을 지정해준다는 리딩방이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 해당 리딩방에서 전날 추천해준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확인한 박 씨는 곧바로 리딩방에 들어갔고, 추천받은 종목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 매수 이후에 주가가 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폭락했고, 다음날에도 주가 급락세는 이어졌다. 결국 박 씨는 2000만원 넘게 잃었다.

#30대 이유진(가명) 씨는 유튜브를 보다가 ‘고수익 보장. 번호로 문자 남기면 종목 알려드려요’라는 문구를 봤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해당 번호로 문자를 남겼고, 그날부터 이 씨는 문자로 투자 종목을 추천받았다. 일주일을 지켜보니 실제로 추천 종목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번은 추천 종목에 소액 투자해 수익을 내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종목을 더 추천받으려면 가입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투자 수익으로 충당할 생각에 200만원의 가입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가입비를 입금한 직후 종목 추천은커녕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고, 운영자는 그대로 잠적해버렸다.

일러스트=이은현

올해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전 세계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고(高)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불법 리딩방이 성행하고 있다. 주식 리딩방은 금융위원회가 정식으로 허가한 금융회사가 아니라 신고만으로 영업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체나 개인이 운영한다.

이들은 유명인을 사칭해 불특정 다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카카오톡·텔레그램의 오픈채팅방, 유튜브 같은 채널을 이용해 리더 혹은 애널리스트로 불리는 자칭 투자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특정 종목의 주식을 매매하도록 추천한다.

문제는 주식 리딩방에서 허위·과장광고나 불공정 계약체결과 같은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가조작, 무등록 투자자문과 같은 불법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다.

◇ 증시 변동성 커지자 리딩방 유혹도 커졌다

리딩방에서 ‘리딩’의 의미는 두 가지다. 주식·코인 투자와 관련해 지식과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투자자를 이끌어준다는 의미의 ‘리딩’(Leading)과 주식 시황을 읽어준다는 의미의 ‘리딩’(Reading)이 모두 포함돼 있다. 리딩방은 수익률 높은 종목을 추천해주거나 투자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핵심인데, 그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 민원 건수는 2018년 905건에서 2021년 344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금융 투자 관련 피해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1만236건에서 3만7705건으로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리딩방이 성행하면서 관련 민원과 피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 모습./뉴스1

이들의 대표적인 수법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특히 리딩방은 주가가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부진할 때 더 활개를 친다. 주가가 상승할 땐 많은 개인 투자자가 전문가의 조언 없이도 투자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이른바 ‘나 홀로 상승하는 종목’에 투자해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코스피·코스닥지수는 각각 19%, 30% 하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고수익, 안정적 수익 등 문구에 현혹된다. 주식 투자 수익률이 낮아 속는 셈 치고 리딩방 오픈채팅방을 찾는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리딩방을 찾는 경로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인터넷방송 유명인이나 대형 증권사 추천이라는 문구를 문자에 넣어 투자자들을 현혹하거나 xx브랜드대상, 소비자만족지수 1위 등 미사여구도 단골 멘트로 사용된다.

리딩방의 유혹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경제 전문 채널에 자주 출연하는 유명 투자 전문가를 사칭하거나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종목을 알려준다는 오픈채팅방에 들어가면 기존 참가자들이 수익을 냈다며 인증 사진이나 글을 잇달아 올린다. 분위기가 형성되면 전문가로 보이는 리딩방 운영자가 투자 종목을 추천하며 구체적인 매매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리딩방에 참가해 실제로 이익을 얻는 경우도 왕왕 있다.

◇ 리딩방으로 주가 조작 연루될 수도…주의 필요

하지만 처음엔 무료라고 광고하던 리딩방 대부분은 결국 참가자에게 돈을 요구한다. ‘집중 관리방’이나 ‘VIP 방’ 등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듯한 이름으로 운영되는 방에 들어오라며 가입비 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기자가 받은 주식 리딩방 문자. /김효선 기자

처음에는 무료로 운영하다가 어느 순간 유료로 전환하기도 한다. 무료 운영 당시 다른 참여자가 수익을 인증한 것을 봤거나, 실제로 본인이 수익을 본 투자자들은 유료 운영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액의 가입비를 낸 뒤 지속해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드물고, 환불을 요청해도 당초 홍보 문구대로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가입비를 내고 나면 운영자가 채팅방을 폐쇄하거나 상호를 변경해 잠적하는 경우도 있다.

금융 당국은 리딩방에서 허위·과장 광고나 불공정거래 등의 소비자 피해뿐 아니라 주가조작과 같은 금융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내 꾸려진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지난 9월, 특정 종목 15개를 미래 매수한 뒤 본인이 운영하는 리딩방 회원들에게 해당 종목을 추천해 주가가 상승하면 본인은 매도하는 방식으로 총 2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리딩방 운영자를 적발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딩방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거액의 투자손실 위험에 노출돼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도 모르게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에 연루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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