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준비하는 또 한 명의 전설, 미기와 작별 맞이할 ML[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또 한 명의 전설이 그라운드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2022시즌 아쉬운 작별을 경험했다. 명예의 전당을 바라보는 두 명의 전설이 시즌 종료와 함께 그라운드를 떠났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뛰어난 타자 중 한 명이었던 알버트 푸홀스와 역사에 남을 포수인 야디어 몰리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시즌을 마치고 함께 현역에서 은퇴했다. 몰리나는 현역 마지막 시즌에 부상에 시달렸지만 '회춘'한 활약을 펼친 푸홀스는 즐겁게 은퇴 투어를 마쳤다.
이제 메이저리그는 또 한 명의 스타와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 바로 푸홀스와 함께 쌍벽을 이루던 최고의 타자 미겔 카브레라다. MLB.com에 따르면 카브레라는 11월 29일(한국시간) "아마 내년 시즌이 내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2023시즌 종료 후 은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카브레라 역시 푸홀스와 마찬가지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타자다. 베네수엘라 출신 1983년생 카브레라는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MIA)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무대를 밟았고 올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20시즌을 보냈다.
카브레라는 커리어 시작부터 빛났다. 1999년 여름 말린스 산하에 국제 아마추어 계약으로 입단한 카브레라는 2001년부터 베이스볼 아메리카 선정 TOP 100 유망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고 2003년 여름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카브레라는 데뷔시즌 87경기에서 .268/.325/.468 12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5위, MVP 투표에서 27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까지 꼈다.
데뷔시즌 보인 가능성은 풀타임 첫 시즌부터 확실한 기량으로 폭발했다. 카브레라는 2004년 160경기 .294/.366/.512 33홈런 112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고 2005-2007년 3년 연속 타율 0.320 이상, OPS 0.945 이상을 기록하며 특급 타자로 거듭났다. 풀타임 첫 4시즌 동안 633경기 .319/.396/.551 126홈런 461타점의 엄청난 기록을 쓴 카브레라는 4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됐고 2008시즌을 앞두고 대형 트레이드로 '운명의 팀' 디트로이트로 이적했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카브레라와 돈트렐 윌리스를 영입하며 드래프트 1라운더 특급 유망주였던 카메론 메이빈, 앤드류 밀러를 포함한 6명의 선수를 말린스에 내줬다.
데뷔 초반 어마어마한 활약을 펼치고도 이적을 기점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선수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카브레라는 아니었다. 이적 첫 해 160경기 .292/.349/.537 37홈런 127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오른 카브레라는 2009년 .324/.396/.547 34홈런 103타점을 기록해 다시 정교함을 끌어올렸고 2010년부터 역사적인 타자로 올라섰다.
카브레라는 2010년 150경기 .328/.420/.622 38홈런 126타점을 기록해 리그 타점왕, 출루율 1위를 달성하며 MVP 투표 2위에 올랐고 2011년에는 161경기 .344/.448/.586 30홈런 105타점을 기록해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다(MVP 5위). 그리고 2012년 161경기 .330/.393/.606 44홈런 139타점을 기록해 타율, 홈런, 타점 1위를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MVP에 올랐고 2013년에는 148경기 .348/.442/.636 44홈런 137타점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며 MVP 2연패 역사를 이뤄냈다. 카브레라의 화려한 커리어 중에서도 가장 빛난 이 4년(2010-2013) 동안 카브레라는 620경기 .337/.425/.612 156홈런 507타점이라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기록을 썼다.
카브레라의 아름다운 활약을 지켜본 마이크 일리치 당시 구단주는 카브레라가 디트로이트 선수로 은퇴하기를 바랬고 2014년 시즌을 앞두고 2016-2023시즌을 커버하는 8년 2억4,000만 달러 연장 계약을 카브레라에게 안겼다. 두 번의 베스팅 옵션까지 포함된 이 계약은 카브레라를 최장 42세 시즌까지 보유할 수 있는 사실상의 '종신 계약'이었다.
하지만 카브레라도 '신'은 아니었다. 모든 인간이 그렇듯 흐르는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카브레라는 2014-2016시즌에도 3할 타율을 유지했고 2015년에는 통산 4번째 타격왕에 올랐지만 2016시즌을 끝으로 급격하게 추락했다. 33세 시즌이던 2016년 .316/.393/.563 38홈런 108타점을 기록한 카브레라는 본격적인 30대 중반에 접어든 2017년 .249/.329/.399 16홈런 60타점의 충격적인 성적을 거뒀고 이후 부상과 부진에 계속 시달렸다. 2016시즌은 카브레라가 마지막으로 3할 타율,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시즌이 됐다.
카브레라는 올시즌까지 빅리그 20시즌 통산 2,699경기에 출전했고 .308/.384/.524 507홈런 1,847타점 40도루, 3,088안타 607 2루타를 기록했다. 카브레라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3명 뿐인 3,000안타, 500홈런, 600 2루타를 동시에 달성한 선수가 됐고 통산 홈런 27위, 통산 안타 24위, 통산 2루타 14위, 통산 타점 1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브레라는 홈런 공동 23위인 어니 뱅크스, 에디 매튜스를 5개 차이로 추격 중이다. 올시즌 433타석에서 홈런을 5개밖에 기록하지 못했을 정도로 장타력이 떨어진 카브레라임을 감안하면 공동 20위인 테드 윌리엄스와 윌리 맥코비, 프랭크 토마스의 521홈런을 넘어서는 것은 쉽지 않아보이지만 단독 23위 등극까지는 마지막 시즌에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13위 행크 애런의 기록까지 17개가 남은 2루타 역시 통산 순위 상승을 노릴 수 있다.
올시즌에도 10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안타 부문에서는 통산 3,184안타를 기록한 15위 칼 립켄 주니어의 기록까지도 넘볼 수 있다. 립켄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16위 애드리안 벨트레(3166H)까지는 부상이 없다면 충분히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점 부문에서는 12위 캡 앤슨의 1,879타점에 도전할 수 있다.
2003년, 날렵한 체형의 겁없는 20세 신인으로서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카브레라는 어느새 메이저리그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후한 중년의 베테랑이 됐다. 이제 커리어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있는 카브레라가 과연 2023년 빅리그에 어떤 작별 인사를 남길지 주목된다.(자료사진=미겔 카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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