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꿀벌 복합 위기에 국민적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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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은 기원전부터 인류와 함께해왔다.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꿀벌의 꿀을 채집해 활용해왔다는 사실을 암각화를 통해 알 수 있다. 17세기 이후에 이르러서는 콴툼 점프(Quantum Jump·대약진)가 일어났다. 서양종 꿀벌 양봉에서 벌통과 원심분리 꿀 채취기술 등 기자재 혁신이 일어나며 다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산업화가 가속화됐다. 관련 연구가 뒷받침되며 전세계적으로 산업 표준화가 이뤄졌고 양봉의 경제적 가치도 높아졌다.

꿀벌은 작물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화분매개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꿀벌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생태계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보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벌꿀·프로폴리스·화분·봉독·로열젤리 등 양봉산물의 연 생산액은 6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재 양봉산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육·먹이 환경 악화, 원인불명의 병해충 창궐 등으로 인한 꿀벌 대량 폐사 문제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양봉농가가 이같은 피해를 증명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 쓸모 있는 해결책을 얻어내는 과정이 또 다른 전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최전방을 지키는 전업 양봉농가들은 꽃이 피는 산에 매인 몸으로 병해충과 천적에 시달리는 꿀벌 관리에 분투하고, 영세 자영업자로서 영농 비용 감당에 고전하는 실정이다. 중소농의 일터를 지키고 꿀벌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꿀벌의 위기를 우리 모두의 위기로 인식하는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기다.

특히 봉군당 사용가능한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문제를 민관 모두가 합심해 풀어야 한다. 우리 양봉산업은 밀원 자원 축소로 봉군 밀도가 상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환경보전지역과 농지면적이 점차 감소하는 실정을 보면 밀원의 정책적 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다행히 2020년 시행된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6월 ‘양봉산업 5개년 종합계획’을 마련해 밀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현실 반영이 좀더 촘촘해야 할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축산업과 임업의 교차점에 위치한 양봉산업 특성에 적합한 산림자원 조성계획을 제시하고, 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밀원 조성·관리 형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다부처 유관업무인 복합밀원 조성문제는 밀원이 되는 종자부터 파종·관리까지 융합 연구될 필요가 있다.

유엔(국제연합·UN)은 2035년이면 꿀벌이 멸종할 수 있다는 경고를 2017년 내놓은 바 있다. 암울한 예언이 드리워진 2035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이순주 (꿀벌살리기캠페인네트워크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