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의 귀거래사] 겨울 문턱에서 생각하는 월동준비

2022. 11. 3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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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일이면 12월이다.

한낮에는 온기가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돌아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이맘때가 되면 천기가 올라가고 지기가 내려오며 천지가 얼어 겨울이 온다고 한다.

<농가월령가> 에서 10월은 농사일을 끝내고 김장이며 집수리, 외양간 고치기, 겨울옷 준비 등 집안일을 하고 갖은 음식을 장만해 강신제를 올리며 부모·형제의 안녕과 효제충신의 도리, 이웃간 화합을 강조하는 마을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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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확산·경기침체 등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듯
겉치레 행사·말잔치보다
나라발전·국민삶 보듬는
진정성 있는 대책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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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내일이면 12월이다. 한낮에는 온기가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돌아 겨울이 왔음을 느낀다. 이맘때가 되면 천기가 올라가고 지기가 내려오며 천지가 얼어 겨울이 온다고 한다. <농가월령가>에서 10월은 농사일을 끝내고 김장이며 집수리, 외양간 고치기, 겨울옷 준비 등 집안일을 하고 갖은 음식을 장만해 강신제를 올리며 부모·형제의 안녕과 효제충신의 도리, 이웃간 화합을 강조하는 마을잔치를 열었다.

우리도 논에 마늘을 심고 마당에 널어 말린 콩은 도리깨로 털어 물에 씻고 말린다. 감나무며 어린 포도나무는 짚으로 싸줬으니 퇴비를 뿌리고 웃자란 가지만 잘라주면 들일은 얼추 마무리된다. 시골생활에서 가장 큰 애로가 겨울 추위인데 연료비가 크게 올랐으니 걱정이 많다. 다만 텃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무·고추·마늘 등으로 김치를 담그고 시래기는 엮어 처마에 매달아놓으니 마음만은 영락없는 부자다.

꾀꼬리가 울고 온갖 꽃이 만발해 산이 붉게 물들고 계곡이 아름다웠던 것은 한때의 환상으로, 철이 바뀌어 물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져 바위와 절벽이 앙상하게 드러나면 비로소 세상천지 참모습이 보인다지 않던가! 그동안 꽃피고 새 울던 정원 초목은 시들고 마당 한구석 모과나무도 잎이 지고 드러난 가지에 노란 열매 몇개만 달고 있다.

‘세한도’에서 추사 선생은 사마천의 이야기를 빌어 ‘날이 추워져 낙엽이 지면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며 사람의 도리를 강조했다. 원래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로 권세와 이익 때문에 모인 사람은 그것이 다하면 교분도 성글어지는 염량세태를 꾸짖는 경구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나뭇가지가 보이듯 문제의 본질과 연결고리가 드러나는 만큼 개인은 물론 나라 살림도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미흡하고 잘못된 점을 고치는 성찰과 혁신의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얼마 전 소멸위기라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삼엑스포와 사과축제가 열려 다녀왔다. 수십년째 경험이 쌓이고, 관계자가 열심히 노력한 덕에 많은 관객이 모여 볼거리며 먹거리가 제법 풍성했다. 하지만 이름난 가수가 수십명씩 왔는데 소요되는 경비는 어떻게 조달했으며 그래서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영리와 결부된 관 주도 행사가 지역특화산업 발전이나 주민의 화합과 공동체 복원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나라가 하는 일도 현장과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대 속에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국가 발전과 국민 삶에 대한 고뇌보다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과 자기편 챙기기로 세월을 보낸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만들겠다며 농산어촌 지원 강화 및 성장환경 조성,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경영 안정의 국정과제를 제시하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을 풀지만 정작 늙고 지친 농업과 농촌을 어떻게 살기 좋게 만들 것인지 중장기 목표나 실효성 있는 전략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에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며 미·중 갈등으로 외교·국방의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수출은 줄고 환율·금리·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는데 경기침체로 취업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껍데기는 가라’는 시구처럼 표를 구하기 위한 겉치레 행사나 요란한 말잔치보다 어려운 가운데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삶을 보듬는 진정성 있는 월동대책으로 추위에 떠는 국민이 없는 따뜻하고 마음 편한 겨울을 보내면 좋겠다.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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