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중간착취방지법과 임이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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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었지만, 후배의 바람(나의 바람이기도 하다)은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이 법안을 언급하고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 법안의 장점들은 누구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봐주었으면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 의원이 이 법안의 심의에 동의해야, 입법을 위한 첫 문(법안심사소위원회)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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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주언론상을 받은 후배 기자들을 축하하러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후배가 수상소감에서 “한국일보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타사 기자 동료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말을 했다. ‘중간착취의 지옥도’ 보도 후 중간착취 방지법안(8건)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언론 전반의 관심이 있어야 통과가 가능하다는 요청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었지만, 후배의 바람(나의 바람이기도 하다)은 이뤄지지 않았다. 진보·보수 언론뿐만 아니라, 노동계에서도 이 법안을 언급하고 입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여러 해석을 해봤다. ‘정치성’이 없는 실용적인 법안이어서일까. ‘노조할 권리’ ‘비정규직 없는 세상’과 같은 ‘이상적인’ 구호와 관련이 없어서일까. 그저, 중요히 여기는 사안이 아닌 것일까.
그럼에도 이 법안의 장점은 두드러진다. 간접고용(용역·파견·위탁 등) 노동자에게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인건비)를 전용계좌로 지급해서 하청업체 사장이 착복하지 못하게 하고, 파견노동자에게 파견업체가 떼어가는 수수료의 상한을 정하자는 식의 심플한 내용이다.
간접고용 유지를 전제로 하지만, 간접고용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99%가 직고용이 되어도 1%는 간접고용 상태에 남아 있다면 이들이 부당한 중간착취를 당하지 않게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직고용만을 부르짖는다면, 끝끝내 용역에 머물러야 하는 이들의 사정은 누가 돌볼까. ‘이상’과 ‘실용’은 대립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간접고용의 무한 팽창이 어느 정도 통제될 것이다. 간접고용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해온 이유 중 하나는 ‘뜯어먹을 것’이 많아서였다. 원청이 용역 노동자 한 명 월급으로 300만 원, 용역업체 이윤으로 50만 원을 책정해서 내려보냈다면, 현재는 노동자에게 200만 원만 주고, 150만 원을 두둑이 착복해도 불법이 아니다. 만약 원청과의 계약대로 이윤 50만 원만 챙기게 한다면 ‘뜯어먹을 것’이 적어지니 중간업체들의 난립도 줄어들게 된다.
대기업 제조업체의 간부들이 은퇴한 뒤 사내하청의 낙하산 사장으로 가서 하청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임금을 착복하는 건 공공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중간착취 규모가 법으로 제한된다면, 사내하청을 유지할 이점이 줄어들어 노동자들의 직고용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와 연계해 보자면, 중간착취방지법은 불안한 신분의 이들이 파업과 같은 괴로운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임금이 떼이지 않도록 아예 법제화하는 선제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
이 법안의 장점들은 누구보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봐주었으면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 의원이 이 법안의 심의에 동의해야, 입법을 위한 첫 문(법안심사소위원회)을 열 수 있다.
그런데 임 의원은 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국일보의 수차례 질의에 한 번도 답한 적이 없다. 반대한다면 차라리 그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장단점을 비교해 볼 수 있을 텐데 그런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임 의원은 막강한 입법권을 갖고 있다. 노동계가 관심 없는 사안이라도 입법 과정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다. 중간착취방지법을 만들어 노동시장 최하부, 346만 명(2019년)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좀 더 따뜻한 햇살을 드리울 수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을 행사해주길 바란다.
이진희 어젠다기획부장 ri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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