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하이브리드 가스’ 국내 탄소중립 대안되나

퍼스(호주)/박상현 기자 2022. 11. 3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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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에너지 기업 ATCO, 연구 현장 가보니

21일 오후 호주 서호주주(州)에 위치한 에너지 기업 ATCO의 수소 혼합 프로젝트(hydrogen blending project) 실험실. 천연가스와 수소를 섞은 일종의 ‘하이브리드 가스’로 주방기기를 작동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가스에 들어간 수소는 이른바 ‘그린 수소’. 태양광 발전을 통해 만든 무(無)탄소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것이다. ATCO는 이 하이브리드 가스를 이 일대 2700여 가구에 공급하기 위해 주민 동의를 구하고 있다. ATCO 담당자는 “수소 10%를 섞은 혼합가스로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면서 “추가 연구를 통해 수소 비율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했다.

호주 콕번시 ‘수소 혼합 프로젝트’ 현장에 설치된 수소 저장 장치.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 수소’를 천연가스와 섞어 향후 이 일대 2700여 가구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ATCO

이 같은 프로젝트 배경에는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하는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전제가 깔려 있다. 호주는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3%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호주에선 주마다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호주 정부는 2030년까지 kg당 수소 생산 비용을 현재 3호주달러에서 2호주달러(약 1700원) 미만으로 내린다는 ‘H₂ under 2′란 구호 아래 그린 수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주는 좋은 날씨와 넓은 땅 등 태양광 발전 여건이 좋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싼데,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수소가 향후 항공·선박·트럭 등 운송 분야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 연료로 꼽히는 데다 이를 세계 각국에 수출할 수도 있다는 구상이다.

호주식 ‘하이브리드 가스’ 실험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NDC 목표는 2018년 대비 40% 감축. 이를 위해 작년 12월 호주와 비슷하게 암모니아를 이용한 혼소(混燒) 발전을 통해 2030년 기준 전체 에너지의 3.6%인 22TWh(테라와트시)를 해결하고 건물 부문에서 난방용 도시가스를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우리로선 호주식 하이브리드 수소 개발 모델이 NDC 계획 중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는 ‘건물’ 부문에서 상당한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2018년 기준 5200만t이던 건물 부문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3500만t으로 32.7%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당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제시한 방법은 건물을 새로 올릴 때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강제한다는 ‘제로 에너지 건축’, 이미 지어진 건물을 친환경적으로 손봐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는 ‘그린 리모델링’이었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8년 후로 다가온 NDC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린 리모델링’만 해도 민간에서 굳이 비용을 들여 할 유인이 없다 보니 공공기관만 일부 참여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가스를 활용하면 도시가스를 쓰는 모든 건물에서 청정에너지를 혼용하는 셈인 만큼, 탄소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도시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바꾼다”고 명시한 우리 NDC 건물 부문 계획과도 들어맞는 측면이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건물 부문에서 큰 탄소 감축 효과를 보려면 결국 ‘구축 아파트’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산업화를 거치며 1970년대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아파트 가운데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건물이 많고, 가스 난방 시스템을 손보지 않는 한 대량의 탄소 감축은 어려워서다.

마르코 살비오 호주 외교통상부 정책관은 “호주·한국 양국이 청정 수소를 포함한 녹색 기술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에 더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가스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그린 수소’와 천연가스를 섞은 가스. 호주·영국·캐나다 등에서 탄소 저감책으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선 가정·기업 등에 공급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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