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일상화된 재난… 행동하는 자원봉사가 사회를 바꾼다

태현지 기자 입력 2022. 11. 30. 03: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눔 다시 희망으로]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에 대한 탄소중립적 접근
업사이클링, 홈가드닝, 자원순환 등 일상-사회를 바꾸는 운동 자리매김
‘자원순환의 날’ 활동 기념촬영 중인 원더플. 자원봉사단체 원더플 제공
대규모 재난재해 현장에는 언제나 자원봉사자가 있다. 올해 발생한 산불 피해 현장과 수해 현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피해 주민의 옆을 지키며 식사와 생필품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안과 공포로 얼룩진 이재민들의 마음을 보듬고 구조 및 복구 인력들의 식사와 간식을 마련하는 것도 자원봉사자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가 더욱 빈번하고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한국 역시 더 이상 기후변화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며,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위기와 사회문제가 우리에게 당면했다.

기후위기, 그리고 자원봉사

초등학생 대상 환경교육 중인 봉사자. 김해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자원봉사는 오랜 기간 호혜성에 기반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한 활동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자원봉사가 일상과 사회를 바꾸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자원봉사는 결국 공동체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이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의제를 정해 행동함으로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회문제 해결의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발돋움한 자원봉사는 범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에도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위험과 사회문제에 대처·예방하기 위해 전국의 자원봉사센터와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전국 자원봉사센터, 탄소중립 실현에 앞장

도토리 묘목을 제출하는 봉사자. 경산시자원봉사센터 제공
제51회 ‘지구의 날’을 맞아 전국 246개 자원봉사센터는 기후위기 대응 자원봉사 캠페인 ‘안녕! 함께할게’를 선보였다. 캠페인의 주요 방향은 기존 자원봉사 영역에 대한 탄소중립적 관점의 재구조화, 그리고 시민의 일상적 자원봉사 참여를 통한 탄소중립 관련 어젠다 형성과 사회변화였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탄소중립 자원봉사활동에 관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시민과 함께 공유하고, 자원봉사활동 현장의 변화를 꾀했다. 자원봉사의 전통적 영역 중 하나인 도시락 배달 활동 등에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활동 과정에서 사용되는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여나가는 노력을 기울였다.

전국 156만명… 탄소중립 자원봉사 참여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가 실시한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 말까지 탄소중립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한 자원봉사자의 수는 총 156만 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캠페인 초기 전체 활동 중 71%를 차지했던 환경정화활동의 비중은 2022년 48%로 줄어든 반면 친환경 제품 보급, 자원순환, 식목·식재, 환경교육 등의 활동은 전년 대비 10% 내외로 늘어났다. 환경정화와 보호 중심의 활동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중심으로 한 활동 분야의 확장이 일어난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자원봉사 현장의 노력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가방을 제작 중인 봉사자. 대구북구자원봉사센터 제공
자원봉사단체 원더플이 재활용품과 화장지, 종량제봉투를 교환해주는 활동을 통해 수거하는 종이팩은 한 주에 5000여 개, 투명 페트병은 500kg에 달한다. 이들이 수거한 자원은 부림제지와 블랙야크를 통해 재생 화장지, 의류로 생산된다. 단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적막했던 마을이 자원순환 활동을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관악구 모든 동에서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산시자원봉사센터는 대형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홈가드닝 캠페인을 진행했다. 발아가 잘되는 도토리의 특성을 활용해 진행된 활동에는 경산 시민뿐만 아니라 인접 지역 시민들의 참여도 이어졌다. 센터 관계자는 “시민들의 손에서 5개월간 키워진 4000여 본의 도토리 묘목은 자원봉사센터에서 마련한 가식장에서 전문봉사단의 관리하에 내년 봄, 산불 피해 지역으로 전달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폐현수막 업사이클링 가방을 나눠주는 봉사자. 철원군자원봉사센터 제공
철원군에서는 마스크 제작 활동에 참여했던 봉사단이 재능을 살려 폐현수막을 활용한 에코백 제작·보급 활동에 나섰다. 특히 업사이클링 제품이 일회성 사용에 그치지 않도록 전통시장 상인회와 연계, 장바구니 회수·비치함을 마련해 운영중이다. 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는 “시민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디자인의 장바구니라며 좋아해주실 때, 그리고 우리가 만든 에코백이 시민들 손에 들려 있는 모습을 봤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고 전했다.

“사회적 변화는 개인의 연대와 실천에서 비롯”

권미영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장은 “사회적 변화는 늘 개인의 연대와 실천으로부터 비롯되었다”며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역시 자원봉사자들의 행동을 통해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나서주신 자원봉사자들께 특별히 감사드리며, 자원봉사센터 역시 봉사자분들의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일상적 자원봉사 참여 위한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 추진

올해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는 시민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범국민 플로깅 캠페인의 추진을 선언했다. 시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사단법인 이타서울에서 서비스 중인 ‘데이터플로깅 시스템’(eco1365.kr)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별 관광·역사·문화 명소와 결합한 플로깅 코스를 개발해 운영중이다.

#저는 행복을 줍는 사람입니다 / 최상규·부산

플로깅 활동 중인 최상규 씨. 최상규 씨 제공
“15년을 배우가 되기 위해 달려오던 날, 삶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단 생각이 들었어요. 인생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고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을 때, 찾은 방법이 봉사활동, 그리고 플로깅이었습니다. 총 두 번의 100일 플로깅 챌린지를 통해 500명의 사람들과 쓰레기를 주웠는데요. 그분들 중 한 분이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우리는 쓰레기를 줍는 게 아니야, 남이 버린 행복을 줍는 거지.’”

#부산 갈매기 플로깅 코스 / 심승훈·부산

“대한민국 플로깅 코스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단순히 플로깅을 통해 ‘내가 사는 동네를 깨끗하게 만들자’라는 차원을 넘어서서 지역에 얽힌 역사와 문화, 사회적 배경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출품한 부산 갈매기 플로깅 코스에는 볼거리, 먹을거리, 치울거리가 한가득 담겨 있는데요. 제가 1년간 모은 데이터로 구성한 코스를 많은 분들이 경험하며 즐거운 추억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