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흥행?… 문제는 상영 시간이다!

박돈규 기자 2022. 11. 3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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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기다린 ‘아바타: 물의 길’ 긴 상영 시간 두고 설왕설래
전세계 역대 흥행 1위 레전드 블록버스터의 귀환이다. ‘아바타: 물의 길’은 배경을 바다로 옮겨 더 광활하고 경이로운 비주얼을 보여준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13년을 기다렸다. 2009년 3D 열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박스오피스 1위 기록(수입 28억4739만달러, 3조7745억원)을 세운 ‘아바타’의 속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SF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마침내 12월 14일 개봉한다. 인간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나비족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위협,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를 담아냈다.

‘아바타2′는 제작비가 20억달러(2조6514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다. 그런데 러닝타임이 190분. 1편(162분)보다 30분 가까이 늘었다. 캐머런 감독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느라 상영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튜브와 OTT 등 짧은 영상 콘텐츠가 대세인 시대에, 아무리 13년을 기다렸다지만 190분을 감당할 수 있을까? 영화 전문가들은 “‘아바타2′의 흥행은 시간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라고 말한다.

◇각오가 필요한 190분

최근 3년간 국내 흥행 톱10의 평균 러닝타임은 2019년 117.4분, 2020년 114.3분, 2021년 126.4분 등 120분 안팎이다. 예컨대 코로나 시대의 유일한 천만 영화 ‘범죄도시2′를 본 관객은 106분이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이터널스’(155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148분) ‘탑건: 매버릭’(130분) 등 제작비를 많이 들인 외화일수록 볼거리와 인물이 많아 상영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190분은 체감의 차원이 다르다.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화장실에 다녀올 수도 없고 공연처럼 인터미션(중간휴식)도 없다. 영화 평론가 윤성은씨는 “OTT 관람에 익숙한 젊은 관객, 특히 청소년 관객에겐 휴대폰을 보지 않고 15분을 견디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두세 시간이 넘어가는 영화는 극장에 들어갈 때 대단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투자 배급사 NEW의 양지혜 이사는 “재미있게 잘 만들었다면 핵심 관객은 기꺼이 시간과 돈을 지불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영화적 경험보다 OTT를 더 선호하는 관객까지 잡아당길지는 물음표”라고 했다.

예고편의 한 장면

◇초장편 영화도 흥행할 수 있다

‘타이타닉’(195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263분) ‘쉰들러리스트’(196분) ‘아이리시맨’(209분) ‘어벤져스: 엔드게임’(181분) 등 3시간이 넘는 초장편(super-long films) 중에도 흥행 사례는 존재한다. 영화와 드라마를 빨리 감기로 보는 시대지만 볼거리와 재미가 충분하다면 긴 러닝타임이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극장 체험은 OTT와 정반대로 ‘길게 더 길게’ 가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캐머런 감독은 미국 남성 잡지 GQ 인터뷰에서 “내 아이들이 한 시간짜리 에피소드를 다섯 번 연속으로 보는 것을 목격했다. 고통스러운 3시간짜리 영화라는 불평은 접어두라”며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집단적 경험이고 ‘아바타2′는 특히 그렇다”고 했다.

'아바타'가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로맨스를 그렸다면 '아바타: 물의 길'은 그들이 일군 가족의 고난과 역경을 담아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긴 러닝타임 문제의 해법은?

한국 관객은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 ‘국제시장’은 겉으론 휴먼 드라마지만 내부는 역사물이자 코미디, 멜로이자 액션으로 설계돼 있었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도 호크아이의 분노, 토르의 복수, 시간 여행을 통한 복습, 블랙 위도우의 희생, 타노스와 마지막 대결, 어벤져스의 복귀, 아이언맨의 죽음, 캡틴 아메리카의 은퇴 등으로 옹골차게 속을 채웠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아바타2′에서 관건은 긴 러닝타임이 아니다. 에피소드를 빨리 전환해 한 영화를 마치 여러 번 체험하도록 해준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혁신적 비주얼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IMAX와 4DX, 스크린X 등 특수관은 표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등급심의 이후 12월 8일쯤 예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샘 워싱턴, 시고니 위버 등은 세계 최초 개봉을 기념해 12월 9일 내한한다.

'아바타: 물의 길'은 속편을 기다린 13년의 시간에 걸맞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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