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땀·눈물 흘리며 찍었다”
박지훈(23)에게서 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역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했지만, 그는 미소년 수십 명이 한 무대에서 춤추며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쳤던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2위를 차지했던 아이돌 가수로 더 익숙한 얼굴. 여성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 달콤한 윙크 덕에 ‘엔딩 요정’ ‘윙크남’ 같은 별명도 붙었다.
하지만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클래스 1′(이하 ‘약한 영웅’)에서 그는 ‘귀여움’에 방점이 찍혔던 과거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이 시리즈는 지난 18일 공개 직후부터 웨이브의 올해 유료 가입자 기여 수 1위, 콘텐츠 통합 랭킹 1위(앱 키노라이츠 기준)에 오르는 등 흥행했다. 박지훈은 그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최근 만난 그는 “이전 드라마나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의 배역을 연기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의도한 대로 이해받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무섭기도 했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고요. 배우로서 더 넓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연시은’은 이혼한 아버지와 살며 외로움을 억누른 채,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은 고등학생이다. 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는 말투 탓에 교내 악당들의 괴롭힘을 받는다. 다행히 그에겐 체구가 왜소한 약점을 상쇄하는 뛰어난 두뇌가 있다. 싸울 때마다 ‘뉴턴의 만유인력 제2법칙’이나 ‘파블로프의 개 실험’ 같은 걸 곱씹으며 치밀하게 계산해 타격한다. 교실 커튼, 두꺼운 책, 볼펜 등 소도구를 써가며 ‘원 샷 원 킬’의 짜릿한 액션을 선보인다.
박지훈은 “진짜 피, 땀, 눈물 다 흘리며 찍었다”며 웃었다. “영혼을 갈아 넣은 것 같은 작품이에요. 몇몇 중요 장면을 찍을 땐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줘서 여기저기 실핏줄이 터졌다니까요.”
학원 액션물의 한계를 감안해도, 극중 박지훈의 살짝 웅크린 자세와 우물거리는 말투에 밴 분위기, 권태와 분노에 젖은 눈빛은 인상적이다. “제게서 시은이와 비슷한 부분을, 시은이에게서 저와 비슷한 부분을 빼서 퍼즐처럼 맞춰나갔어요. 실은 저, 제 눈을 저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하거든요, 하하. 목소리는 한 톤 낮추고, 눈빛과 표정으로 말하려 노력했습니다.”
‘약한 영웅’은 박지훈에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이런 성숙한 면도 가진 배우라는 걸 봐주시는 것 같아 기쁩니다. 박지훈이 아니라 극중 ‘연시은’이 보인다’는 말은 최고의 극찬이에요.” 그는 “나 자신이 아닌 캐릭터가 보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젠 정말 뼛속까지 나쁜 사람, 악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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