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20] 거문도 엉겅퀴된장국
그녀는 힘들 때면 거문도를 찾아 어머니의 맛을 찾는다. 거문도는 뭍으로 나가기 전까지 머물렀던 고향이다. 그 맛을 기억하며 노을이 아름다운 순천만 와온마을에 밥집(해반)을 차리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밥을 내놓는다. 갈치조림이나 병어조림을 즐겨 하지만 가끔은 식단에도 없는 ‘엉겅퀴된장국’을 내놓을 때도 있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다.

거문도에서는 엉겅퀴를 ‘항가꾸’라 한다. 여름이 지나고, 꽃이 피고 진 후 다시 돋아나는 여린 잎과 줄기는 가시가 연해 이용하기 좋다. 이 무렵이면 제주에 머물던 갈치들이 거문도 주변으로 올라와 어장이 형성된다. 이때 푹 삶은 엉겅퀴에 간이 배도록 조물조물 된장으로 무친 후 갈치를 넣고 푹 끓인다. 엉겅퀴의 쌉쌀한 맛과 된장이 어우러져 갈치의 비린내도 잡고 살의 달달함과 어우러져 깊고 깔끔한 맛을 낸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유인도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엉겅퀴는 섬에 흔했지만 서도의 녹산등대로 가는 오솔길에 많았다. 거문도 사람들의 갈치 사랑은 유별났다. 풀치(작은 갈치)는 말려서 멸치처럼 볶아서 밥상에 올렸다. 큰 갈치는 머리는 다지고 내장과 버무려 갈치젓을 담그고, 살은 구이와 조림과 국으로 즐겼다. ‘거문도 갈치속젓’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또 ‘갈치 뱃살(배진대기) 맛을 잊지 못해 거문도 큰애기 시집 못 간다’고 했다.

강강술래에도 ‘못가건네 못가건네 놋잎 같은 갈치 뱃살 두고 나는 시집 못가건네’라는 매김소리도 있다. 옛날 세 개의 노로 젓는 젓거리배를 타고, 소나무 관솔로 불을 밝히고 갈치를 잡았다. 한 개(보술)나 두 개(서부술)의 낚싯바늘을 줄(술)에 매달고 손으로 낚는 채낚기 어법이었다. 성미가 급한 갈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은빛 비늘이 벗겨지고 쉬 상하기에 얼음물에 보관했다.

이렇게 잡은 갈치는 꾸덕꾸덕 말렸다가 상인이 들어오면 팔아서 쌀과 생필품을 구했고, 집집마다 된장국을 끓였다. 이제 예전처럼 갈치가 잡히지 않고, 손도 많이 가는 엉겅퀴된장국 맛도 잊히고 있다. 오랜만에 그녀가 내놓은 엉겅퀴된장국을 앞에 두고 거문도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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