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김명수표 사법 개혁의 종착점
김명수 대법원장을 약 한 시간가량 만나 본 지인은 “인상이 선해 보였다”고 했다. 마스크 때문에 얼굴 전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상대를 편안하게 대하고 눈도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한 대목에서 표정이 굳었다고 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의 장단점과 관련된 얘기가 나오자 김 대법원장은 민망하리만큼 정색하며 “그 제도가 없어도 법원에서는 충분히 판사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열심히 일하려는 동기부여를 해 줄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2017년 9월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실상 법원 내 유일한 승진제인 이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자신의 주된 치적으로 고법 부장 승진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을 꼽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두 제도는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여 판사들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았다는 점에서 언뜻 김 대법원장이 어려운 개혁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개악으로 드러났다. 승진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판사들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재판 지연’으로 나타났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는 이미 여럿 공개됐다. 대표적으로 민사 합의 사건의 경우 사건 당사자들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150일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5년 전보다 30일이 늘었다.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을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둘러싼 잡음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나오지 않다가 최근 법원 내부에서부터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장을 투표로 뽑으려는 절차가 진행 중인데,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에서 법원장 투표제의 성과와 장단점에 대한 의문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제대로 된 대답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원의 한 인사는 “김 대법원장이 임기 내내 추진한 주요 제도의 양대 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가 닻을 올린 직후 이명(耳鳴) 문제가 발생해 잡혀 있던 일정을 일부 취소할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스트레스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5년간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김 대법원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예상치 못한, 또는 예상하기 싫었던 제도적 부작용이 나타나는 장면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확실한 것은 이른바 ‘김명수 대법원장표 사법 개혁’에 대한 법원 내부의 불만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도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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