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대약진운동 빼닮은 중국 ‘제로 코로나’

김민철 논설위원 입력 2022. 11. 30. 03:03 수정 2023. 11. 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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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잘못된 판단 밀어붙이고 아무도 바른말 못 해 참사 지속
3년 코로나와 싸워 얻은 공식, 백신 접종 늘리며 일상 회복밖에
11월 25일 중국 베이징의 한 주거단지가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으로 봉쇄된 가운데 방호복을 입은 한 공무원이 입구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양상이 심상치가 않다. 지난 24일 신장 우루무치에서 10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아파트 화재가 발생했다. 그런데 방역 차원에서 아파트를 봉쇄하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이 신속한 진화를 방해했다는 주장이 급속히 퍼졌다. 이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중국의 대표적 대도시에서 코로나 봉쇄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 물러나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3년 가까이 이어지는 고강도 방역 정책에 지친 시민들 분노가 우루무치 화재를 도화선으로 폭발한 것이다.

마오쩌둥은 1958년 ‘7년 안에 영국을 초월하고 15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내걸고 ‘대약진운동’을 벌였다. 현실에 맞지 않은 과도한 경제성장률 목표와 속도전을 강조하며 국민들을 몰아붙였다. 온갖 비과학적인 방법도 난무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참새와의 전쟁’이다. 참새가 낱알을 쪼아먹는다고 소탕령을 내렸다. 그러나 막상 참새 수가 줄자 먹이 사슬이 무너지면서 쌀 수확량은 점점 줄고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대기근’으로 번졌다. 수천만명이 굶어 죽는 생지옥이 펼쳐졌지만 지방정부들은 곡식 생산량 등을 상부에 허위 보고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아무도 바른말을 못해 이 정책이 4년 넘게 지속됐다. 정치 지도자가 잘못 판단해 실정을 밀어붙이고 제대로 이의를 제기할 세력이 없을 때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여러모로 대약진운동과 닮은꼴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자 전 세계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지난 3년간 미국의 ‘코로나 사령관’ 역할을 한 앤서니 파우치 소장도 “중국이 어떤 목적이나 최종 목표도 없이 장기간 봉쇄에 들어갔고, 이는 공중 보건을 위해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지도자가 한번 방향을 정하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터무니없는 목표를 내걸고, 납득할 수 없는 방법(장기 봉쇄)을 쓰고, 믿을 수 없는 통계가 난무하고, 주민들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엉터리 정책을 장기간 지속하는 점에서 대약진운동과 닮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류는 신종 코로나와 3년 싸우면서 단순하지만 소중한 공식을 얻었다. 좋은 백신을 선택해 접종을 늘리면서 점차 일상을 회복해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신종 코로나도 전파율은 높지만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아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런데도 중국은 놀랍게도 3년 전 우한에 신종 코로나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똑같은 방식의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의 백신 접종도 엉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젊은 층은 물론 60세 이상 중국 인구 2억6700만 명 중 3분의 1이 3차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았다. 부작용을 걱정해 맞기를 꺼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노인들의 백신 접종률이 90% 이상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중국이 자체 개발해 사용하는 백신 ‘시노백’ 등의 효능도 좋지 않다. 지난 3월 홍콩대 연구진 발표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 효능은 84.5%인데 반해 시노백은 60.2%에 그쳤고, 사망 방지 효과도 시노백이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국가 주석이 3연임 절차를 마무리하면 점차 봉쇄를 풀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중국 민심이 임계점을 넘은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인접국으로, 중국이 불가능한 정책을 수년째 고수하면서 받는 직·간접적인 피해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한동안 더 거대한 이웃이 어리석게도 시한폭탄을 안고 뒤뚱거리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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