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단미서제(斷尾噬臍)

국제신문 2022. 1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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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성공한 사업가 겸손·기개·관용 겸비를
달콤한 현실 안주 경계, 미래 대비 지혜 있어야

단미서제(斷尾噬臍)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꼬리를 자르고 배꼽을 물어뜯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단미서제는 수탉과 관련된 단미웅계(斷尾雄鷄)와 아울러 사향노루와 관련된 서제막급(噬臍莫及)의 두 가지 의미를 합친 말인데 매우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로 중국의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수탉은 그 모습이 너무 수려하다 보니 오히려 그 수려함 때문에 졸지에 통째로 삶겨져 고사상이나 제사상에 오를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래서 그 낌새를 알게 된 수탉은 살아남기 위해 사전에 스스로 제 잘난 꼬리를 부리로 물어뜯어서 고사나 제사에 관련된 사람이 보기에 상품가치를 훼손함으로써 고사상이나 제사상에 삶겨서 올라가는 죽을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와는 달리 사향노루는 사냥꾼들에게 포위당하여 잡혀 죽을 위기에 봉착하자 그때서야 사냥꾼들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의 배꼽에 모여 있는 값비싼 사향임을 알고서는 ‘아 내가 이 사향 때문에 죽는구나. 그놈의 사향만 없었으면’하는 생각에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스스로 제 배꼽을 물어뜯으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향노루는 신체구조상 아무리 해도 입이 배꼽에 닿지 않으니 물어뜯으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그야말로 이미 때가 늦은, 바로 후회막급이라는 것이다.

수탉이 미리 대비하여 죽음을 모면했듯이 항상 위기에 대비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며 사향노루처럼 평소 위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거나 소홀하면 막판에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남보다 뛰어나거나, 남들이 가지지 못한 진귀한 것을 가졌다면 인재로 발탁되거나 크게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본인에게 오히려 화나, 독이 될 수도 있으니 항상 삼가고, 경계하며 스스로 겸손할 줄 알고 사전에 위험에 대비하는 지혜가 있어야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섬뜩한 교훈을 남긴다.

조선 7대 임금인 세조 때 남이 장군은 젊은 혈기와 지나친 영특함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27세의 젊은 나이에 역적으로 몰려 요절했다. 조선의 11대 임금인 중종 때 조광조는 성급하고 과격한 개혁을 밀어붙이다 훈구파의 격렬한 반대에 직면했고, 왕이 되려 한다는 역모의 모함을 받아 37세에 개혁이라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임을 당한다. 성웅 이순신 장군 또한 주위의 시기와 견제, 그리고 못난 군주인 선조의 시기와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옥고를 치르고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지 않았던가! 백척간두의 국난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적임자라 하여 백의종군을 하여 명랑대첩이라는 세계 해전사에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기적의 대승을 거두었으나 아무튼 숙이고 여미는 조심과 겸손은 지위가 높을수록, 권력을 가질수록, 재물이 많을수록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 음미해야 할 필수 덕목이리라.

개혁과 혁신은 물론 중요하다. 그리고 목표를 향한 굳센 의지와 기개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외골수는 안 된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나 도 아니면 모 식의 편향성도 문제인 것이다. 개혁을 추진하되 유연성이 있어야 하고 때로는 관용과 포용의 너그러움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나름대로 성공하고, 뭇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사람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분들의 생각이 앞섰고, 진취적이었고, 피나는 노력을 했고, 나름대로 운이 따랐고, 누군가의 도움이 크게 작용했고 등등 그 과정과 내용은 다양하고 파란만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과정과 결과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높은 권력을 가졌거나, 지위가 높거나, 엄청난 부를 이루었거나,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결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맨주먹이었을 때, 밑바닥이었을 때, 수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참고 견디어 왔던 그때를 항상 잊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겸손하고, 친절해야 하며 결코 거만하거나 오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녹이 강한 철을 서서히 갉아먹듯이 거만하거나 오만한 마음과 감사할 줄 모르는 안하무인의 태도는 자신의 성공과 실적을 갉아 먹는 녹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이 있다. 안락한 삶을 영위하더라도 항상 닥쳐올 위험을 생각하고 대비하라는 말이다. 이는 달콤한 현실에 안주하여 자칫 미래의 재난을 대비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는 뼈아픈 충고가 아닐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만이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필수요건이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행복한 삶을 영위하자.

신한춘 부산시화물자동차운송사업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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