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산업은행 유치를 넘어

국제신문 2022. 11. 3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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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중심지는 금융업무와 금융시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역이다. 금융업무는 조달 거래(예치) 운용(투자) 보험 등으로 구성되며, 후자의 금융시장은 전통적인 주식과 채권 시장 외에 대체투자(부동산 원자재 외환 파생 디지털자산) 시장 등이 있다. 세계적인 금융중심지 뉴욕은 모든 금융업무와 시장이 백화점처럼 구성된 곳인 반면,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와 LA는 운용업무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 거래가 활발하다. 가까운 도쿄는 일본 국채거래(예치) 업무가 채권시장에서 활성화된 지역이라면 싱가포르는 보험과 운용업무가 대체투자(외환 원자재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활발하다.

부산은 지금까지 ‘해양 파생 금융중심지’로 명명됐다. 금융시장은 명시됐으나, 전자의 금융업무가 명확지 않다는 것은 부산 금융중심지에서 일자리 전략이 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점에서 문현동 금융중심지에 금융공기업은 많은데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이유를 눈치챘을 것이다.

다시 해양 파생시장으로 돌아와 생각해보자. 전자의 해양 금융시장이 형성되려면 싱가포르처럼 외환거래가 자유로워야 한다. 싱가포르는 거리마다 환전소가 있어 우리 원화를 갖고서 거리에서 환전할 수 있는 외환거래의 천국이다. 파생시장은 상품가격 하락과 위험에 대한 회피 수단으로 해운사와 보험사가 집적돼 있고, 헤지펀드 운용사가 있어야 한다. 어느 것도 정부의 제도와 부산의 경제 현황에 맞지 않았으며, 구체적인 유치 및 육성 전략도 없이 해양파생 금융중심지로 명명됐으니 지극히 한심한 일이었다.

현 정부를 탄생시킨 우리 지역의 정치인에서 다시 시작된 산업은행 유치는 부산시민의 바람이 되었다. 산업은행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정책금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투자 금융기관이다. 특수목적의 기업융자, 인프라 시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조정 자금을 투자하는 세계적인 투자은행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 대규모 투자자금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조달하려면 이들 기관과 접촉면이 높을수록 효율성이 높다, 하지만 투자 운용업무는 수도권에 입지하지 않아도 가능하며, 오히려 현장 방문지역이 가까울수록 효율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이 부산 금융중심지에 참가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수행해야 할 중요 업무는 ‘혁신성장 금융’이라는 투자업무다.

산업은행의 혁신성장 금융부문의 자산은 작년 말 기준 33조6000억 원으로 산업은행 총자산 305조의 11%에 불과하지만 해당 부문의 자산 성장률은 매년 30%를 웃돈다. 이는 대한민국의 미래성장 동력 및 신산업 육성이 혁신성장 운용부문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세계 1위의 채권운용사인 PIMCO는 LA 다운타운에서 차로 40여분 거리의 조용하고 작은 항구 마을에 있고, 30년간 66%의 연평균 수익률을 기록한 퀀트펀드 운용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뉴욕 맨해튼에서 1시간 거리인 롱아일랜드의 조용한 해안가 숲 속에 있다. 미국의 신기술 성장은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해안 관광지에 산재한 운용사와 벤처 캐피털사에 의해 이뤄졌다. 대한민국의 혁신성장을 위한 운용(투자) 업무는 정주권이 우수한 곳에서 이뤄져야 하고, 현장방문 산업지역과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이점에서 부산은 고요함 속에서 투자의 지혜와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매력적인 해안 도시다. 투자 정보는 웹 세미나와 가까운 현장 방문을 통해 흡수할 수 있다. 물론 다소 열위의 정주권 요소인 교육 의료 문화에 대한 부산시의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산업은행의 혁신성장 금융부문의 자산은 지금보다 더욱 확충돼야 하고, 투자업무의 효율화 및 활성화 없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산업은행 유치 이후의 부산의 금융중심지 전략은 혁신성장금융(녹색 신기술, 디지털자산, 인프라)의 대체투자 시장을 중심으로 한 운용업무 중심지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금융중심지 내 입주 기관수 경쟁보다는 혁신성장 금융자산의 규모를 확대시키는 전략으로 변경해야 한다. 자금이 있는 곳에 인재와 기업이 스스로 오는 것이 금융의 논리다.

이제 부산은 투자금융 도시로서 제대로 된 금융업무와 금융시장이 어우러진 금융중심지를 만들 수 있기를 염원한다.

김홍배 동서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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