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어려서부터 입법과 준법을 배워야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입력 2022. 11. 3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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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입법과 준법교육이 필요하다." 한국교육학회장과 교육부 장관을 지낸 원로교수에게 들은 말이다. 사회집단간 갈등이 혐오와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다. 뉴스를 틀면 상호존중과 대화는 없고 극렬 지지층만 바라보며 험한 말을 쏟아내는 국회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민주주의 전당이라 부르는 곳이다. 주말엔 아이들과 광화문에 가기 두렵다. 서로를 타도 대상으로 여기는 두 무리의 어른이 죽기 살기로 대결하는 전쟁터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노사관계, 젠더갈등, 이념을 달리하는 언론들의 싸움도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화합과 공존의 상징이라는 교육계와 종교계에서도 상대를 증오하는 말이 나온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대립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 사람 10명 중 9명은 정치집단간 갈등이 매우 심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조사 대상 19개국 중 가장 높았다.

어쩌다 이리됐나.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를 끌어내는 대화의 기술과 문화의 결핍이 만든 결과다. 생각이 다르면 궤멸할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풍토도 한몫 거든다. 그동안 사회문제가 생기면 교육 탓하며 뒤로 빠지는 기성사회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제만큼은 교육계가 먼저 나서야 한다. 어려서부터 입법과 준법을 배우고 익히는 경험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입법은 구성원 모두가 존중하고 따라야 할 규칙이나 규범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학생회, 동아리를 구성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 사회적 경험(civic engagement)을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말하고 상대의 말은 경청하는 개방적 태도를 함양해야 한다. 타인의 생각을 존중하고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균형감각도 기를 수 있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양보하는 경험도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권리는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다는 사고가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도 배우면 좋을 것이다.

준법을 실천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법과 질서가 지켜지는 것을 볼 때 이를 만드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며 참여한다. 올바른 절차와 규정에 따라 결정된 규칙은 누구나 따라야 한다는 것을 어려서부터 배워야 누가 보지 않아도 교통신호와 속도제한을 지키는 성숙한 시민이 된다. 학교 교육을 통해 준법의 사회적 가치와 편익을 제대로 이해하면 목적달성을 위해 질서와 규칙을 어겨도 된다는 '마키아벨리즘'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규정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적 소양을 갖춘 구성원의 집합체다. 상호호혜 정신을 바탕으로 입법을 하고 준법을 실천하는 시민을 기르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 자세와 태도는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다. 일상의 삶에서 체득하는 것이다. 존 듀이는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학교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경험하는 배움터여야 하는 이유다.

이제 세계 10대 경제강국이 됐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입법역량으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누가 우리를 선진국이라 하겠나. 법과 질서를 슬며시 어기는 행위를 '융통성'이라고 포장하는 한 선진국 문턱에서 멈춰서는 '중진국 함정'에 빠지기 쉽다.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와 나라가 발전하려면 3T, 즉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포용문화(Tolerance)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가 '기술'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토대라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더 늦기 전에 갈등과 대립의 정글을 신뢰와 포용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어려서부터 입법과 준법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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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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