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이재명의 민주당
사당화 논란은 한국 정치의 퇴행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호남에서 다선을 지낸 원로 정치인은 혀를 내둘렀다. 경기 출신 이재명 후보의 호남 지역 조직력이 호남에 정치적 뿌리를 내린 이낙연 후보 못지않게 탄탄하더라는 것이었다. 호남뿐 아니라 강원, 충청권 등 전국적으로 움직이는데 이번 경선 때 처음 가동된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해찬 당 대표 경선 때도, 송영길 당권 도전 때도 이들 조직이 움직인 흔적이 있다는 얘기다. 원로 정치인의 의문은 이것이었다. 도대체 그런 조직을 움직일 돈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대장동 사건을 대하는 이 대표 방식은 꼬리 자르기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수사 대상인 김용, 정진상에게 당직을 맡기진 않았을 것이다. 이들에게 민주당 모자를 씌워줘 대장동 사건은 야당 탄압 프레임으로 엮였다. 그는 “없는 사건을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새로운 국가폭력범죄가 계속되고 있다”며 한명숙 사건을 거론했다. 대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에도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는 야당 주류 세력에 ‘정치적 결백’을 강변한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집권 6개월 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소위 ‘친명계’(친이재명계)로 불리는 의원들이 우르르 참석해 ‘정치검찰 해체’ 구호를 외쳤다. 의원총회에서 독일 반나치 운동가 마르틴 니묄러의 ‘나치가 그들을 덮쳤을 때’라는 시를 읊으며 단일대오를 독려한 최고위원도 있었다. 이러려고 야당 중진들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 대표 선거에 나오고 친명계 지도부를 꾸렸나 보다.
제왕적 총재 시절이던 3김 시대는 사당화 논란이 심했다. 당 대표가 인사·재정은 물론 공천권을 좌지우지했다. 그래도 비리 사건에는 여론 눈치를 봤다. 1997년 당 조직·자금을 관리하던 권노갑 의원의 한보 자금 수수 사건이 불거지자 김대중(DJ) 국민회의 총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짜맞추기 수사”라며 대여공세를 폈지만 결국 ‘한보는 한보, 민생은 민생’으로 가닥을 잡은 건 DJ였다. “국민보다 반걸음만 앞서가라”는 그의 지론이었다. 반보 정도 앞서 국민과 소통하며 정치를 펼쳐야지 두세 걸음 앞서서 여론과 동떨어지면 실패한다는 것이다. DJ는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이 국민과 나란히 가면 발전이 없다”고도 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특정 국민들과 동행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개딸’과 같은 지지 세력 말이다. 당내에서 자유롭게 말 못하는 분위기라는 건 소속 의원들이 더 잘 안다. 의원들 인터뷰나 관련 기사에 붙는 댓글을 보면 왜 이 대표 방탄 목소리만 크게 들리는지 알 수 있다.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는 대중정당을 지향해 온 민주당과는 다른 방향이다. 그러니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인 대통령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30%대에 갇혀 있다. 21세기에 당 안팎에서 사당화 논란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퇴행이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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