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치원 입학 ‘바늘구멍’…“운이 좋아야 들어갈 수 있어요”
[KBS 제주] [앵커]
요즘 제주도에선 내년도 유치원생 선발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입학 대기 번호가 100번대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 이경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살 아이를 둔 이 학부모는 유치원 입학 때문에 애가 탑니다.
최근 유치원 선발에 지원했지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입학 대기 번호는 16번.
대기 번호가 1, 2번대 즉 앞 순서가 아니면 입학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6살 반이 없어 당장 내년부터 어디를 보내야 할지 걱정입니다.
[학부모 : "(선발에) 떨어져서 대기로 15번, 16번인데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고 가정 보육을 해야 되나 그런데 맞벌이니까 가능한 상황도 아니고…."]
유치원 추가 모집도 경쟁이 치열합니다.
추가 모집 시기에 맞춰 수시로 전화를 하거나 미리 줄을 서서 대기 번호를 받아야 겨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치원 학부모 : "다 안돼서 추가 모집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9시부터 현장접수였는데 이른 시간에 새벽부터 가서 대기했는데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셔서…."]
내년도 유치원 입학 연령에 해당하는 아동은 1만 4천400여 명.
유치원 정원은 6천734명으로 46%, 절반도 되지 않습니다.
현재 제주 도내 유치원은 120군데로 병설유치원을 제외한 사립유치원은 단 17군데입니다.
심지어 사립 유치원이 없는 지역도 전체 23권역 중 12곳에 이릅니다.
더욱이 사립유치원 4곳이 올해부터 운영을 중단했고, 2025년 한 곳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돼 입학의 문턱은 더 좁아졌습니다.
최근 제주도교육청이 유치원 입학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병설유치원 입학을 희망하는 인원이 정원의 2배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병설유치원 정원도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예측이 나옵니다.
[김명기/제주도교육청 교육행정과장 : "(병설유치원은) 초등학교의 연계성 때문에 많이 희망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들 2027년까지 공립에는 9개원 16개 학급을 신·증설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설유치원이 없는 제주.
해마다 유치원 입학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경주입니다.
촬영기자:조창훈/그래픽:조하연
이경주 기자 (lk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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