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공화국]② 손쉬운 컴퓨터 표절 검사 피하기…번역만 해도 몰라

김문영 2022. 11. 2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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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춘천] [앵커]

공무원들의 장기국외훈련보고서의 표절률을 조사한 연속기획 보도 두 번째 순섭니다.

KBS는 훈련보고서를 컴퓨터로 검증한 결과 보고서의 20% 정도가 표절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을 어제(28일) 전해드렸는데요.

그럼, 나머지 80%는 정말 표절이 아닐까요?

국내 박사급 연구진과 함께 인력으로 정밀 분석해 봤습니다.

그 결과를 김문영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공무원이 제출한 영어 보고섭니다.

1차 검사에서 표절률 단 2%.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한국무역협회의 한글 보고서와 비교해봤습니다.

공무원 보고서의 '재펜 포커시스 온 포스터링'이란 문단.

한글로 '일본은…중점 육성하고'라고 번역합니다.

무역협회 보고서에 그대로 나온 문장입니다.

한글을 영어로 번역해 표절검사를 피해간 겁니다.

어이없는 실수도 발견됩니다.

공무원의 영문 보고서에 나온 '넘버 오브 필즈'라는 문구.

한글 원문에서 '수의 분야'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의'란 가축 질병 관련 분야란 뜻으로 영어론 '베터리나리'라고 옮겨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숫자의'라는 뜻의 '넘버 오브'로 잘못 번역한 겁니다.

[윤순철/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 "누가 안 보니까 가능하죠. 원래는 훈련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려서 다 활용하도록 해야 하거든요."]

최근 5년 치 공무원들의 장기국외훈련보고서에 대해 컴퓨터는 전체 보고서의 22%만 '표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표절이 아니라는 보고서를 대상으로 사람이 정밀 분석을 했더니, 조사 대상 9건 가운데 7건, 무려 77%가 표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컴퓨터 표절 검사를 피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외국어를 한글로, 아니면 한글을 외국어로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인재/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 "연구자가 과연 고민했느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새로운 것을 얻을 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최근 5년 동안 장기국외훈련을 다녀온 공무원들은 2,000여 명.

이들에게 지급된 훈련비는 2,300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들이 낸 훈련의 결과물은 표절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

김문영 기자 (my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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