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올려드릴테니 제발…” 재건축 시공사 잡기 이렇게 힘들다니
시공사 선정 1·2차례 유찰
입찰보증금 부담 낮춰도
자재비 상승에 PF 부담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는 재건축 공사를 맡을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1983년 준공된 이 곳은 지난해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최고 28층 높이의 488가구 규모 단지로 재탄생하게 됐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이후 바로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1~2차 입찰에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조합은 이에 1차 입찰 때 1051억원, 2차 입찰 때 1261억원 가량이었던 공사비를 3차 입찰부턴 1441억원으로 확 높였다.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공사비가 37%나 오른 셈이다. 덕분에 3차 입찰에는 롯데건설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단독입찰이라 유찰됐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조합과 특정 건설사 간 유착을 막고자 경쟁입찰을 2번 이상 시도하도록 하고 있다. 단독입찰로 인한 유찰 상황이 2번 반복된 후에야 시공사와 조합이 따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남성아파트는 입찰보증금도 내렸다. 1~2차 입찰 때는 보증금이 90억원이었지만 이번에는 50억원으로 문턱을 낮췄다. 4차 입찰에 앞서 조합이 지난 28일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디엘이엔씨, 효성건설, 대방건설 등이 관심을 보였다. 조합 관계자는 “지난번 설명회 때와 달리 관심이 늘어났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4차 입찰은 내년 1월 13일 진행된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원자재 값이 치솟자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해지며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늘고 있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신당9구역 재개발 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조합에 따르면 이날 HDC현대산업개발과 코오롱글로벌이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다만 내년 1월 실제 입찰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인근에 있는 신당8구역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지난 7일 유찰로 끝났기 때문이다.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은 당시 입찰보증금을 전액 현금으로 요구하지도 않았다. 현금 2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추후 금액을 납부한다는 보증 증서) 150억원으로 나눠 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조합이 시공사 지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한 결과 포스코건설 홀로 도전장을 던졌다. 포스코건설 단독 참여로 입찰은 성립되지 않았고 조합은 내년 1월 재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 정비업체 대표는 “작년까진 일반 분양이 워낙 잘되니까 건설사 간 경쟁이 치열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특정 건설사가 이미 공을 들인 사업장에는 굳이 뛰어들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의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며 정비사업 수주 열기도 식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안되고 현금 유동성이 떨어진다”며 “미분양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미분양이 많이 있는 지역은 앞으로 (시공사 찾기가)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도 “일단 정비사업을 한번 수주하면 일반분양 전까지 자금 회수를 못하는데 건설사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벌려놓은 사업이 많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이미 높은 상황”이라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굳이 무리하게 수주하지 말고 당장은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나마 주거 선호도가 높은 수도권은 단독 입찰이라도 이뤄진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지방의 경우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가령 사업비 2조원 규모에 달하는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 사업은 이달 초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됐다. 아예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조합은 이에 컨소시엄을 구성한 건설사를 대상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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