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 응원 열기도 돈으로 샀다
항공권·숙식·입장권 제공해
한 달 전부터 연습·검증도
지난 25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카타르-세네갈전이 펼쳐진 앗수마마 경기장.
카타르 팬들이 많이 자리 잡은 스탠드에서 영어와 아랍어로 ‘카타르’라고 적힌 고동색 셔츠를 입은 한 무리의 남성들이 카메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약 1500명 규모의 이 남성들이 펼친 열정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한 응원은 이른바 ‘울트라’로 알려진 세계 각지의 열혈 축구팬들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 시작 전 카타르 국가를 제창하고 카타르 축구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한 이 남성들은 사실 카타르인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이들 대부분이 레바논 축구팬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는 프로축구 리그와 최신 경기장은 있지만 축구팬은 소수에 불과하다. 카타르 프로축구 상위팀을 응원하는 팬들 수도 수백명 수준이다.
이에 경기장 분위기가 썰렁해질 것을 우려한 카타르 정부가 레바논의 열혈 축구팬들을 ‘수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카타르 정부는 지난 4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경기장에서 레바논 학생들과 레바논 프로축구 리그 네지메 SC의 울트라를 섭외해 모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열혈 축구팬들이 경기장 분위기를 얼마나 달아오르게 할 수 있는지 검증해본 것이다.
결과에 만족한 카타르 정부는 카타르 대표팀 응원에 참여하는 레바논 축구팬들에게 도하까지의 항공권과 숙식, 경기장 입장권, 약간의 수고비를 제공하기로 했다. 레바논 대표팀은 이번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으나 월드컵 경기를 현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건 축구팬이라면 뿌리치기 힘든 제안이다. 특히 레바논은 경제위기로 청년 실업률이 30%에 가깝다. 입소문을 통해 모인 레바논 축구팬들은 10월 중순부터 도하에서 본격적인 응원 연습을 시작했다.
카타르의 ‘용병’ 응원단에는 레바논 이외에 소수의 이집트, 알제리, 시리아 축구팬들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응원단 소속인 한 중동지역 축구팬은 NYT에 “아랍 국가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우리는 같은 언어와 같은 문화를 공유한다. 우리는 세계에 뭔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A조에 속한 카타르는 지난 21일과 25일 에콰도르와 세네갈에 연이어 패하면서 이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카타르를 응원하기 위해 날아온 레바논 축구팬들은 30일 카타르-네덜란드전이 끝나면 귀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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