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막고 매연까지…눈총받는 드라이브스루[현장에서]

강정의 기자 2022. 11. 29.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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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프랜차이즈 설치 급증
“교통혼잡 유발” 민원 늘어나
차량 1대당 공회전 시간 11분
전문가 “입점 제한 조치 필요”
지난 28일 대전 대덕구의 한 드라이브스루 매장 앞 도로가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20분’.

지난 28일 오전 11시30분쯤 대전 대덕구 상서동의 한 프랜차이즈 매장을 찾은 차량 1대가 드라이브스루를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 매장은 점심시간을 앞둔 약 30분 전부터 차량으로 가득 찼다. 뒤늦게 합류한 차량까지 더해지면서 우회전 전용도로 한 차선은 매장 이용 차량 차지가 됐다.

이곳 매장은 신탄진IC와 불과 1.1㎞ 떨어진 곳이어서 장거리 운행에 나서기 전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반면 대전지역 드라이브스루 매장 중에서도 교통이 가장 혼잡스러운 곳으로 꼽힌다. 입구는 2곳이지만 음식을 전달받을 수 있는 곳은 한 군데다. 교통혼잡을 막기 위한 안전요원은 따로 배치되지 않았다. 드라이브스루 이용으로 유발되는 교통혼잡은 이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A씨는 “시간에 쫓기는 직업이다 보니, 이곳 드라이브스루에서 점심 또는 저녁을 해결할 때가 많다”면서도 “피치 못하게 우회전 도로를 막아설 때가 많은데, 이럴 때 곤혹스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드라이브스루 시설을 갖추고 있는 스타벅스는 이 시설이 2016년 62곳에서 2020년 282곳으로 4배 이상 늘었다. 대전에는 62곳의 매장 중 17곳이 드라이브스루 시설을 갖췄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드라이브스루 시설을 갖춘 매장의 개점을 선호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가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교통혼잡에 대한 민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5년 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드라이브스루와 관련된 민원을 분석한 결과, ‘차량 통행 방해’와 관련된 내용이 전체의 51.4%(57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보행 불편(32.2%·361건), 매장구조 및 안전시설물 문제(9.7%·109건), 기타 불편사항(4.3%·48건), 입점 반대 등(2.4%·27건) 순이다.

시민 B씨는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 옆에 드라이브스루가 있어 교통혼잡이 심각하다”며 “10분이면 갈 곳을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하는 차량들 때문에 30분 넘게, 짧은 신호가 여러 번 바뀔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드라이브스루 이용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도 우려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가 지난 2월12~19일 서울에 소재한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 운영 매장 10곳을 모니터링한 결과, 10분당 평균 대기 차량 수는 7.6대, 이에 따른 차량 1대당 평균 공회전 시간은 약 11분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이용하는 차량의 공회전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대기오염을 유발한다”고 밝혔다.

김용훈 충남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자동차가 공회전하면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등은 환경오염의 주범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인근 도로를 지나는 시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며 “자동차가 공회전할 때에는 불안전한 연소 상태에서 진행돼 배기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근 교통 상황을 고려한 ‘드라이브스루 입점 제한 조치’와 교통유발부담금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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