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중국인들이 가장 원한 건 “일상의 자유·합리적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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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어지는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대규모 항의 시위로 폭발하자, 이번 사태가 1989년 천안문 사태처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유지해온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하지만, 경기장에서 수만명의 응원단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소리 지르는 광경을 보고 중국의 방역 성공 신화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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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이어지는 고강도 방역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대규모 항의 시위로 폭발하자, 이번 사태가 1989년 천안문 사태처럼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로 확산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거리에서 ‘시진핑 하야’ 등 과격한 구호가 등장하고 있지만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과 <한겨레>가 밤거리에서 확인한 중국인들의 속내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이들이 원한 것은 정치 개혁이 아닌 ‘일상의 자유 회복’과 ‘방역 정책의 합리적 전환’이었다.
베이징의 항의 시위에 참석한 한 20대 남성은 중국 정부가 3년 동안 이어온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코로나19 확진자, 밀접 접촉자, 2차 접촉자 등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찾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처럼 “(주택) 단지 전체에 대해 대규모 검사를 진행할 필요가 없다. 이런 대청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신을 28살이라고 밝힌 또 다른 베이징 시민도 “코로나19에 확진되어도 검역센터가 아닌 집에서 격리할 수 있길 바란다. 동거인이나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강제 격리되지 않으면 좋겠다. 이제 정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거리로 나온 한 대학생이 강조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 같은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자유’였다. 그는 “내가 반대하는 것은 방역을 명분으로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 생활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며 “매번 학교 밖으로 나갈 때마다 캠퍼스 관리자에게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할머니가 편찮으셔도 관리자에게 보고해야 뵈러 갈 수 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갈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24살인 베이징의 한 시민도 “코로나19와 봉쇄는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줬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아이와 노인이 진료를 받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됐다”며 “우리가 침묵만 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생각”해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다.
20일 시작된 카타르월드컵이 중국인들의 불만에 불을 질렀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는 듯 보였다. 상하이에 사는 한 40대 여성은 “카타르월드컵을 보면서,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3년 동안 정부 정책을 따랐는데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유지해온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주장하지만, 경기장에서 수만명의 응원단이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소리 지르는 광경을 보고 중국의 방역 성공 신화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얘기다. 베이징의 한 30대 남성도 “현재의 정책이 3년째 계속되는데 변화가 없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잘 보도되지 않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며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잘라 말했다.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섰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 시민들의 요구에 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보였다. 베이징·상하이 당국은 지난 주말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던 거리 주변을 순찰하며 시민 감시를 강화했다. 공안도 거리를 지나는 이들을 멈춰 세워 신분증·스마트폰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내 시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 종료를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당신이 거론한 관련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일관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채택해왔고 상황에 따라 이를 조정해왔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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