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업무개시 집행정지 신청 예고…노·정 갈등 법정으로
정부는 ‘개시 요건’ 따질 듯
정부가 29일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조만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기로 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을 둘러싼 노·정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 등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데 정부가 이를 막으며 노동을 강제할 수 있는지, 화물연대 총파업이 공공복리를 지나치게 저해하는지 등이 재판의 쟁점이다.
집행정지 신청은 위법한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그 집행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니 본안 판결 전에 일단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이다.
법원은 노조와 정부의 의견을 수렴한 뒤 긴급하게 업무개시명령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는지,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심리해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법률단체들은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가장 문제로 꼽는 것은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12조1항은 “누구든지 법률과 적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강제노역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제7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국제적 원칙으로 자리 잡은 강제노동 금지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29호를 추가 비준해 올해 4월부터 발효됐다. 노조는 업무개시명령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소지도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쪽에선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업무개시명령 요건 규정이 지나치게 추상적인데도 불구하고 불응 시 강한 불이익을 부과하도록 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한다.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무엇인지 불명확해 정부가 남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용우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자격 취소와 형사처벌까지 연동돼 있지만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문구들로 이뤄져있어 악용되기 쉽다”고 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의 요건인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경우’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입증하는 근거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며 노조 주장을 반박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는 정식으로 신고한 노조가 아니므로 화물연대의 파업을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펼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사상 처음인 터라 결론을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법학자는 “화물연대가 정식 노조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김종진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하위 법률로 침해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향후 다른 산업에서도 법에 업무개시명령 조항을 넣으면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이혜리·박용필·전지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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