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 귀족 노조 = 야당 핵심지지층’…‘속도전’으로 노동자 갈라치는 윤 대통령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정부 대응이 29일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정점을 찍었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 기조에는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관이 작용하고 있다. 밑바탕에는 ‘민주노총=귀족강성노조=야당 핵심지지층’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노동 문제의 무게중심을 법적 대처에 두면서 노·정 간 강 대 강 대치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시멘트 분야 운수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의결한 국무회의에서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기 중 ‘노사 법치주의’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 당시부터 강조해온 노동 문제 원칙이다.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 대응은 한층 강경한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선 “법에 위반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즉각적인 공권력 투입으로 진압하는 것보다 일단 먼저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고” 풀어가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강경대응 속도전으로 대화와 타협 공간을 줄였다.
이 같은 대응에는 민주노총을 적대시하는 시각도 깔려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부터 민주노총을 강성귀족노조 집단으로 규정하고 더불어민주당 핵심지지층으로 등치시켜 비판해왔다. “왜 이 정권(문재인 정부)은 재벌기업에 근무하는 노동자만, 그들만 챙기는 민노총(민주노총)과만 손잡는 것인가”(지난 2월18일), “정치 권력과 유착된 강성 귀족노조의 노동만 노동이 아니지 않은가”(지난 2월19일) 발언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문제에도 민주노총에 대한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진영을 떠나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중구조 심화의 원인과 책임을 민주노총에 집중적으로 돌리는 점이 특징이다.
윤 대통령은 연대 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 산하 철도·지하철 노조를 향해 “산업 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에 비하면 더 높은 소득과 더 나은 근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선 “피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시달리는 저임금 노동자”라고 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정 최고운영자가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고 노·노 갈등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노동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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