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눈으로 ‘불법’ 낙인…대화 아닌 힘으로 누르는 정부
‘노동 혐오’ 공공연히 표출
노동계 반발·투쟁에 ‘기름’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대우조선 파업 때 말했지만
화물노동자의 현실은 외면
정부가 29일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으로 대응하면서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30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교섭이 예정되어 있지만, 양쪽 모두 큰 기대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노동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노동계 역시 투쟁 수위를 계속 높일 것으로 보인다. 노·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성향을 볼 때 하반기 노·정 갈등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8월 ‘2022년 상반기 노사관계-주요 교섭 및 갈등 전개와 함의 진단’ 보고서에서 “노동조합을 적극적으로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했던 이전 정부에 비해 새 정부가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를 보인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큼을 생각하면 이러한 긴장은 향후 하반기 노사관계가 ‘갈등의 시간’이 될 수 있음이 예견된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29일 통화하면서 “예상대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노사정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인데, 왜곡된 시선으로 낙인을 찍고 추상적인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사태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지난 6월) 1차 화물연대 총파업에 이어 2차에서 보이는 갈등 역시 ‘비전형 고용’ 부문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정부는 노사정 협의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명분은 안전운임제도를 중심으로 한 ‘근로조건’ 개선이다. 또 그 본질은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지위 문제다. 노동자가 적정운임을 요구하려면 교섭 대상자가 있어야 하지만, 원청인 화주단체는 사용자 책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나서지 않는다. 안전운임제는 이러한 특별한 배경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적정 소득을 보장해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고 안전사고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안전운임은 화주단체와 운수사, 화물노동자,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가 결정한다.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를 “생존권”이라고 말한다. 화물연대는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총파업을 11회 벌였다. 그러나 2016년 안전운임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는 한 번도 파업을 하지 않았다. 일몰시한을 1년가량 앞두고도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자 지난해 11월 총파업에 나섰고, 올해만 두 번째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끝난 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내놓으면서 “조선업 분야 이외 업종에 대해서도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서는 문제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박 연구위원은 “비정규직과 특고, 플랫폼노동자 등 이중구조 하층위에서 다양한 갈등이 펼쳐질 수 있다. 현 정부의 갈등관리는 내년도 노사관계 전망도 어둡게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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