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시간 전부터 경찰 무선망에 ‘대형사고’ 언급

이유진 기자 2022. 11. 2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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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청, 용산서에 “질서 근무를”
당일 ‘코드0’ 112 녹취록서 확인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1시간여 전부터 서울경찰청이 서울 용산경찰서에 ‘대형사고’를 언급하며 “질서 관련 근무를 해달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총경)이 당초 주장과 달리 참사 당일 오후 10시36분 “이태원에 경찰 인력을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29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상황실) 무전망에 따르면 서울청 112상황실은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오후 9시1분 용산서 무전망에 “아울러 핼러윈 관련하여서 계속해서 추가 신고가 112신고가 들어오는 중에 지시번호 ○○○○○번으로 대형사고 및 위험방지건으로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 지구대 지역경찰 근무자 독려하셔서 해당되는 핼러윈 이태원 관련하여 확인 잘해주시고 질서 관련 근무를 해주시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서울청이 참사 1시간14분 전부터 압사 사고를 비롯한 대형사고 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무전은 참사 당일 ‘코드0’ 112녹취록 중 5번째 신고로 확인됐다.

코드0는 가장 시급히 출동해야 하는 강력 범죄나 긴급 상황에 해당하는 사건에 붙는 지령이다.

“오후 11시 첫 보고” 주장한 용산서장, 10시36분에 “경찰 보내라” 지시했다

용산구청장 세 번째 소환
주중 구속영장 여부 결정

참사 당일 용산서 112 무전망에는 오후 9시 무렵부터 참사가 벌어진 ‘와이키키 골목’이 직접 언급되기 시작했다. 오후 9시10분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이태원 파출소를 호출한 뒤 “와이키키 목길에서 20명의 대규모 인파가 몰려 나오고 있다”고 했다. 1분 뒤 이태원상황실장이 “와이키키 목길에서 이태원 파출소 앞쪽으로 일시점에 많은 인파가 터져 나왔다. 교통 경찰관들은 그쪽으로 추가 배치해서 지원바란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내역에 따르면 참사 당일 ‘압사’라는 말이 들어간 첫 신고는 오후 6시34분에 접수됐다.

이 총경(사진)이 “(참사 관련) 첫 보고를 오후 11시쯤 받았다”고 주장한 것과 배치되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총경이 오후 10시36분 이태원에 경찰 인력을 보내라고 지시한 내역이 확인된 것이다.

용산서 112 무전망을 보면 이 총경은 오후 10시35분 “용산, 용산서장”을 외친 뒤 오후 10시36분 “이태원 직원 동원사항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라”고 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12 무전망을 토대로 이 총경과 용산서, 서울청 112상황실의 초동 대응 적절성 여부를 수사 중이다. 송모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정모 서울청 112상황3팀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참사 당일 서울청 112상황실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은 5층 상황실이 아닌 10층 사무실에서 근무했다. 류 총경은 사고 발생 1시간24분이 지난 오후 11시39분에야 정 팀장으로부터 사고 보고를 받고 상황실로 복귀했다. 그 결과 서울청장, 경찰청 등에 대한 사고 보고가 줄줄이 지연됐다. 특수본은 당일 오후 9시1분 서울청 112상황실이 ‘중대사고’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정 팀장이 그로부터 2시간38분 뒤인 11시39분에야 류 총경에게 사고를 보고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을 3차 소환한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수본은 이번주 중 구속영장 신청 대상을 가릴 방침이다. 이 총경과 류 총경을 비롯해 박 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구속영장 신청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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