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류 파업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 노·정 파국은 피해야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 5일 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것은 2004년 제도 도입 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민주노총 파업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힘에 따라 노·정 간 대치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측의 동계 투쟁이 폭발하는 상황으로 갈까 우려된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운수 종사자 2500여명과 운송 사업자 209곳이다. 이들이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화물운수 종사 자격이 취소되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가 첫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로 시멘트업을 정한 것은 화물연대 총파업 피해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 출고량은 평소보다 90% 이상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과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많은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하지만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말바꾸기와 강경 일변도 대응 탓이 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8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이후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첫 교섭에서부터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당초 요구를 일부 수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국토부는 “재량권이 없다”고 해 협상이 결렬됐다. 그리고 첫 교섭이 결렬된 바로 다음날 업무개시명령을 밀어붙였다.
정부가 대화를 통한 해결에 별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더구나 이날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윤 대통령과 정부가 보여준 태도가 심상치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처한다는 명분 아래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불리한 정국을 돌파하는 방편으로 노조의 동투를 활용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정부의 강경 대응은 노조의 선택권을 좁힌다.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고, 내달 2일엔 철도노조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예정대로 파업이 진행되면 지하철과 철도 운행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만큼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은 위헌성이 있는 데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다. 대화를 통한 해결책 모색이 우선돼야 한다. 30일로 예정된 정부와 화물연대 간 2차 교섭이 사태 해결의 물꼬를 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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