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적자 인생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올해 17.5%에서 2045년 37.0%로 높아진다. 일본(36.7%)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66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한국이 40.4%로 1위였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4.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65~69세 노인 취업률은 47.6%로 역시 OECD 최상위권이다. 한국의 노인 상당수가 늙어서까지 일하는데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통계청이 29일 내놓은 ‘2020년 국민이전계정’을 보면 평균적 한국인의 인생은 ‘적자’였다. 국민이전계정은 연령대별 노동소득과 소비의 변화에 따라 흑·적자 상태를 파악하고, 정부 재정이 어떻게 재분배되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2020년 기준 한국인은 자영업을 포함한 노동소득이 12억7968만원인 데 반해 소비는 17억9608만원으로 5억1640만원 적자였다.
인생은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고 했다. 국민이전계정의 생애주기적자를 보면 태어나서 26세까지는 소비가 소득보다 훨씬 많아 5억3072만원 적자였다. 소득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27~60세는 3억6237만원 흑자였다. 61세 이후는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어 다시 3억4806만원 적자에 빠졌다. 적자규모가 가장 큰 연령은 소득은 전혀 없이 교육비 등 지출이 많은 16세(3370만원)였고, 흑자는 43세(1726만원) 때 최대였다. 흑자 진입 연령은 10년 전과 비슷했으나 2020년 적자에 재진입한 61세는 2010년에 비해 5년 늦춰진 것이다. 노후 대비와 자녀양육 때문에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생애주기별로 발생한 적자는 이전과 자산재배분 형태로 충당된다. 정부는 노동연령층(15~64세)이 낸 세금과 부담금을 교육·보건 서비스,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의 형태로 노년층과 유년층에 배분했다. 흑자구간의 노동연령층이 번 돈을 적자구간 아동, 노인과 나눠 쓰는 셈이다. 하지만 노동연령층 인구는 2021~2030년 357만명, 2031~2040년에는 529만명 각각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는 인생의 적자폭이 더 커질까 걱정이다.
안호기 논설위원 haho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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