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의 과학풍경] 인류세를 대표하는 퇴적층

한겨레 2022. 11. 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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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순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퇴적층은 지구 지질 역사를 간직한 타임캡슐과 같다.

거기에 우리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아마도 먼 미래에 지질학자들은 해저 바닥에서, 빙하 얼음에서 화석연료 탄소 입자와 미세플라스틱, 플루토늄을 확인하고서 그것이 20세기 이후 시대의 퇴적임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20여년 전 몇몇 과학자가 우리 시대 지구가 1만년 전 시작된 신생대 홀로세와는 다른 지질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인류세라는 새 이름을 제안한 이래, 인류세는 이제 지구 환경위기를 상징하는 말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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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의 과학풍경]

국제층서학위원회(ICS)의 인류세실무연구단(AWG)이 최근 인류세의 특징을 정의하기 위해 탐사해온 인류세 표준지층 후보지 12곳. 탄소 입자, 플루토늄 동위원소, 질소 동위원소 등이 인류세 지구의 특징을 보여주는 표지자들로 조사됐다. <사이언스> 제공

오철우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시간순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퇴적층은 지구 지질 역사를 간직한 타임캡슐과 같다. 거기에 우리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기록될까? 아마도 먼 미래에 지질학자들은 해저 바닥에서, 빙하 얼음에서 화석연료 탄소 입자와 미세플라스틱, 플루토늄을 확인하고서 그것이 20세기 이후 시대의 퇴적임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20여년 전 몇몇 과학자가 우리 시대 지구가 1만년 전 시작된 신생대 홀로세와는 다른 지질 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인류세라는 새 이름을 제안한 이래, 인류세는 이제 지구 환경위기를 상징하는 말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사실 인류세는 그저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말이 아니라 엄격한 지질학적 증거를 갖춘 과학 용어로도 다뤄지고 있다. 지질 연대를 공인하는 국제층서학위원회(ICS)는 2009년 인류세실무연구단(AWG)을 구성해 우리 시대를 인류세로 부를 만한지 오랫동안 조사해왔다. 10년 넘게 이어진 활동이 막바지에 접어든 모양이다. 최근 실무연구단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글에서 그동안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인류세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표준지층 한곳을 곧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지금까지 탐사한 후보지는 12곳이다. 유럽 발트해와 일본 벳푸 해안의 해저 퇴적층, 멕시코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산호초, 이탈리아 동굴의 석순, 미국 크로퍼드와 중국 쓰하이룽완 호수 퇴적층, 폴란드 산악지대 습지, 그리고 남극 빙하 등이다. 인류세 타임캡슐 후보지에서는 화석연료가 탈 때 생기는 구형 탄소 입자(SCP)와 플루토늄 동위원소, 비료의 질소 동위원소들이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대표 물질로 조사됐다.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 도시 퇴적물, 잔류성 유기오염물도 주목됐다. 지질 변화가 1950년대를 기점으로 뚜렷이 증가한 점도 이번에 다시 확인됐다.

실무연구단이 표준지층 한곳을 공식 제출한 이후에도 여러 절차가 남아 있다. 상위기구인 제4기 층서학소위원회(SQS)와 국제층서학위원회,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을 거치며 각각 6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최종 승인되면 인류세 시작을 정의하는 지구 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지정하고 홀로세와 인류세가 나뉘는 지점에 이른바 ‘황금 못’ 표지를 박아 보존한다.

학자들 사이에선 인류세를 두고 두 견해가 있다고 한다. 인류세를 홀로세와 다른 새로운 시대(epoch)로 보는 견해가 많지만, 홀로세 시대에 일어난 사건(event)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질학계의 결론을 지켜봐야 하지만, 실무연구단이 각지에서 확인한 조사 결과만으로도 지구 환경이 20세기 중반 이후 이전과 구분되는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충분히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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