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양자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

2022. 11. 2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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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연 한국정보보호학회장

2019년 10월, 구글의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가 기존 컴퓨터로 약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에 풀어낸 것은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양자 기술을 실험으로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후, 네이처 학술지는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supremacy)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양자기술의 발전은 현재의 기술로 풀어내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며, 미래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복잡한 유전자 염기서열을 효율적으로 계산해 유전자 질환 예방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교통·물류 분야에서는 다양한 경우에 따른 반복적인 연산을 통해 최적화된 경로를 찾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지난 10여년 전부터 세계 주요 국가들은 앞다퉈 양자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술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양자 전략기술을 육성하고, 양자기술의 주권을 갖기 위하여 22년 10월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에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양자기술을 포함시키면서 본격적으로 국가 과제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양자기술이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사이버 세상에서는 데이터와 자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정보 전달을 위하여 해커가 해독하기 어려운 수학적 암호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암호기술의 안전성을 위협할 만큼의 충분한 처리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이 해독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글로벌 사회는 양자컴퓨터에 공격에 내성을 갖는 양자내성암호를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률은 약 93%이며, 모바일과 인터넷뱅킹 거래는 69억여 건으로 통신과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우리 생활 전반에서 암호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 사회가 의존하는 공개키 암호를 양자컴퓨터에 의한 공격으로 해독할 수 있다면 안전한 사이버 환경의 디지털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위해 세계 각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우선, 다가오는 양자 위협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양자컴퓨터로도 해독하기 어려운 양자내성암호를 연구하고, 암호체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을 목표로 양자내성암호 알고리즘의 표준화를 완료할 계획이다.

또한, 양자컴퓨터가 미국의 사이버 환경에 미치는 위험에 대응하고, 점진적으로 양자보안을 바탕으로 안전한 사이버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의 현황을 고려하면서 각국의 전략을 마련하며 전환을 추진 중이다.

국내의 경우, 2021년부터 국산 양자내성암호 알고리즘 개발을 개시하였고, 미국 NIST에서 선정한 양자내성암호 알고리즘의 안전성을 조사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디지털 환경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전환 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외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양자암호 전환에 최소 10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양자보안 선도국은 이미 전환을 개시하였으며, 우리와의 전환 격차는 2년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많은 양자보안 선도국가와의 격차를 줄이고, 양자보안 기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정부의 전략과 산업체 대상의 정책적·기술적 지원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는 양자보안 전반에 대한 핵심기반 기술과 전환을 위한 상용화 연구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데이터 식별, 우선순위 선정 및 시범 적용, 가이드 보급 등과 함께 산업과 공공이 주체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절차를 수립하여 우리 사회가 단계적으로 양자보안 시대로의 전환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우수한 ICT 및 정보보안 인력과 인프라 역량을 바탕으로, 실험실이 아닌 현장을 위한 양자보안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해 나간다면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의 격차를 해소하고, 6G와 양자시대인 2030년대를 우리가 또 다시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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