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멘트 운송 업무명령] 명령회피 우려 2500명에 우편·전화 통보… 화물연대, 삭발 투쟁
운송업체에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오늘 2차 면담…진전여부 불투명
국토교통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가 사상 첫 화물연대를 상대로 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지만, 명령서 송달 절차가 복잡해 단기간에 운송 정상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면담을 하기로 했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원칙 대응 재천명=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현 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며 "명령서를 전달받지 않기 위해 회피하는 경우 형사처벌에 더해 가중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에 따라 국토부 장관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화물연대가 2003년 5월과 8월 두 차례 총파업을 벌여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던 게 도입 계기다. 당시엔 총파업 이듬해에 도입됐기 때문에 발동될 여지가 없었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갈 때마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론하면서도 실제 발동한 적은 없었다. 다만 2020년 8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적은 있다.
◇국토부, 업무개시명령서 송달 돌입= 국토부는 이날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76개 조사팀을 구성해 전국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가 확보한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 관련 운수사는 200여곳이다. 운송업체 차원에서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1차적으로 업체에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할 계획이다. 번호판만 관리하고 일감은 다른 회사에서 받는 '용차'의 경우 화물차주의 주소지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송달하게 된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차가 확인되면 번호판 확인과 추가 조사를 거쳐 해당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송달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날 직접 명령서를 받는 화물차주의 수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운송기사들이 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국토부는 우편과 휴대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명령서를 전달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화물 기사들의 연락처와 주소를 상당수 확보해 놓았고, 현장조사를 통해 추가로 주소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내로 관보 등으로 공시 송달을 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원칙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이 당사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돼야 하지만, 공시 송달도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업무개시명령이 운수종사자와 운송사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화물운송 종사자들이 업무에 복귀하도록 함으로써 국가 물류망을 복원하고 국가 경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지금이라도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화물연대는 삭발투쟁 나서= 총파업 6일차인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했다. 또 전국 16개 지역 거점에서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잇따라 지도부 삭발에 나섰다. 화물연대 측은 업무개시명령이 화물노동자에게는 계엄령에 준하는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업무개시명령은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고 탄압하기 위해 도입됐고, 해당 법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으로 2004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발동된 적 없는 사문화된 법이라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을 '집단 운송 거부'로 깎아내리면서 자영업자에게 업무 수행을 강제하겠다는 모순된 태도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반헌법적이고, 국제노동기구 국제협약에도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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